중증질환에 대한 보장비율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재정 상황이 수입보다는 지출이 훨씬 커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누적수지도 조만간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재정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월평균 1,000억원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올해 4월 말 현재 누적수지 흑자규모가 7,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6월 건강보험 누적수지는 1조6,835억원으로 정점을 이뤘다. 하지만 주요 재정원인 담뱃값 인상이 당초 예상과 달리 국회에서 저지되면서 건강보험재정이 월평균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누적수지 흑자규모가 올 1월 9,834억원으로 줄어들면서 1조원대가 붕괴된 데 이어 지난 4월 말 현재 7,419억원으로 감소했다. 건강보험재정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지출 증가 때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나 주요 재정 수입원인 담뱃값 인상이 물건너가면서 적자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원은 직장가입자들의 건강보험료가 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지역가입자 보험료 20.6%, 국고(일반회계) 12.8%, 담배부담금 지원 4.3%, 기타 1.3% 순이다. 차흥봉 한림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재정에서 국고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이지만 이러한 지원규모 역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불안정성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양훈식 중앙의대 교수는 “최근 보장성 강화가 추가로 이뤄지면서 2009년 이후 매년 최소 3조5,000억원 이상의 신규재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건강보험 재정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건강보험의 내실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올해 건강보장성 비율을 70%, 2008년 71.5%, 2010년 72%로 지속적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나 예산확보에 대해서는 뾰족한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획기적인 내실화 방안을 추진하지 못하고 담뱃값 인상 등 재정확대방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건강보험은 2000년대 초반처럼 누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 국고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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