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도 서울시 넓이 印尼 인공조림지서 '리사이클링 실험'<br>해마다 10%씩 베어내도 숲 90%선 늘 나무 자라는 재활용 사업 내년부터 시작<br>10여년간 1억그루 심어 목재·펄프용재·팜유등 생산 현지 최대 임업회사로 성장
| 코린도가 곧고 빨리 큰 나무에서 떼어낸 싹을 대량으로 증식 ·배양해 지난 1999년 4월 심은 1번 클론(복제) 유칼립투스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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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에 높이 38m, 직경 46㎝로 자랐다. 현지 연구원이 클로닝할 싹을 여러 개로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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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린도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보르네오)에 조성한 서울시 크기의 조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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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칼리만탄(보르네오) 중남부 지역에 공항을 낀 읍 규모의 도시 팡칼란분.
이곳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90분가량 왕복 1.5차선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서울시 넓이(6만2,700㏊) 만한 인공조림지가 펼쳐진다. 임도 옆에는 목재ㆍ합판재로 쓰일 유칼립투스 펠리타(45%)와 펄프용재로 쓰일 아카시아 망기움(49%) 숲이 쉴 새 없이 눈앞을 비켜간다.
한국계 기업 코린도가 지난 1997년부터 심은 1억 그루의 나무들이다. 중간지점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방이 온통 인공조림지다. 눈에 보이는 드넓은 숲의 바다가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심어 가꾼 10여년간의 노력과 막대한 투자의 산물이다.
인공조림지를 관리하는 사무실과 직원들이 거주하는 베이스캠프 주변에는 코린도가 조성한 사택과 함께 인공호수, 퇴근 후 운동할 수 있는 6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코린도그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체 합판ㆍ신문용지 생산량의 30%(60만㎥), 66%(30만톤)를 생산하는 현지 최대 임업회사. 최근에는 상용차, 파이프 코팅, 팜유 등도 생산해 지난해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코린도가 팡칼란분에서 조림사업을 시작한 것은 신문용지용 펄프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천연림을 베어내 합판을 만들던 코린도가 이곳에서 지속가능한 임업, 숲의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매년 10분의1씩 베어내도 드넓은 땅의 90%에는 늘 나무가 자라는 식이다. 내년 3월 첫 벌채를 하기 위해 폭 18m의 도로 개설공사가 한창이다.
코린도는 최근 인근 수카라마에 우드펠릿 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한 바이오매스 조림지 6만3,000㏊를 허가 받았다. 파푸아주에는 기름야자나무(오일팜) 농장 약 2만㏊를 조성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20만㏊로 확대하고 농장 주변에 10만㏊의 일반조림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원제 코린도 부회장은 "팡칼란분 조림지를 사들일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사질토양이라 조림이 안 되는 곳'이라고 해 국내 토양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더니 '뭘 심어도 잘 자랄 것'이라고 해 과감하게 투자했다"며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가 들어 있는 마사토 토양이어서 배수가 잘되고 속성수가 자라기 좋은 축복 받은 땅"이라고 말했다.
코린도는 이곳에 아카시아 망기움, 유칼립투스 펠리타 등 3종류의 나무를 여러 패턴으로 심어 성장 속도와 형태를 테스트한 뒤 아카시아와 유칼립투스 두 종류를 선택해 대규모 조림에 들어갔다.
아카시아 망기움은 공기 중 질소를 잡아들여 뿌리에 고정시킬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콩과 식물이어서 땅에 질소가 모자라도 잘 자란다. 유칼립투스는 곧게 높이 자라고 목질이 강해 활용도가 높다.
유칼립투스의 경우 곧고 빠르게 자란 나무, 즉 수형목(秀型木ㆍ어미 나무)에서 떼어낸 작은 싹을 증식시켜 클론을 만들어 대량으로 배양, 양묘장에서 3개월가량 길러 현장에 옮겨심고 있다.
심은 지 6~7년 된 유칼립투스 클론들은 높이 20~30m 이상 자라 그 전에 재래식 방법으로 심은 나무보다 높이ㆍ굵기 면에서 큰 차이가 났다. 1999년 4월에 심은 1번 클론 나무는 높이 38m, 직경 46㎝나 된다. 직경 35㎝ 이상이면 합판용으로 쓸 수 있다.
이원제 부회장은 "벌채로 연간 1만5,000㎥의 목재를 생산하고 부산물을 이용해 향후 연간 20만톤의 우드펠릿도 생산할 계획"이라며 "팡칼란분 조림지의 자산평가액이 3억5,000만달러 정도 되는데 이 정도 자산가치를 인정해준다면 국내 대기업 등의 지분 참여도 받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지금까지 심은 유칼립투스 펠리타는 벌채 후 30% 정도가 스플릿(세로로 쪼개짐)이 생기는 단점이 있는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질전환 종자 개발ㆍ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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