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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수원 특허청장

"中企 맞춤형 지원 '특허 스타기업' 키울것"<br>지자체와 매칭펀드 조성… 해외출원 비용등 지원<br>표준특허 최대한 확보해 수출기업 특허분쟁 차단



이수원(55ㆍ사진) 특허청장은 "녹색기술을 포함해 우수한 특허를 창출하기 위해 기술금융과 연계하고 해외출원 비용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특허사업 패키지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장에서 자리를 옮긴 이 청장은 "특허경영을 본격화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지식재산권 관리역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 매칭펀드를 조성해 연내 65억7,000만원을 지원, '특허 스타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특허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의 지표가 되는 표준특허를 최대한 확보하고 수출기업의 특허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취임 두 달이 된 이 청장을 16일 서울 역삼동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취임 이후의 소회와 향후 과제를 들었다. /대담=정상범 성장기업부장 ssang@sed.co.kr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면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에 특허청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특허청 업무는 아직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간접적으로 다루기는 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특허청 업무가 국가경제적으로 무척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선진화ㆍ첨단화하면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특허청의 수장이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예전에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당하는 소송의 대부분은 덤핑 행위를 문제시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대부분 특허와 관련된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오늘날 기업들에 특허는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은 특허업무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특허를 잘 다루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지만 잘못하면 기업이 망할 수 있습니다. 양날의 칼인 셈입니다. 그간 경제 관련 업무를 다룬 경험을 살려 새로운 시각에서 특허행정을 발전시켜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특허 분야에서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지원책이 있는지요. ▦중소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데 공감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특허전담 인력이 5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특허업무와 지식재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허청은 우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우수 특허기술 및 브랜드 창출과 활용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경쟁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특허청 전문가 6명이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특허ㆍ브랜드 디자인 경영 컨설팅을 통한 지식재산경영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0여개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입니다. 아울러 비영어권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현지 실정에 부합하는 맞춤형 신규 브랜드ㆍ디자인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의 매칭펀드를 통해 조성한 예산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브랜드와 디자인 개발에도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특허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각 부처가 주관하는 국가 R&D 과제에 대해 올해 특허청 예산으로 113억원을 투입, '특허동향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응용ㆍ개발 연구단계의 특허동향 조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며 관련 규정을 개정해 기초연구 단계까지 조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 R&D 특허성과를 양적ㆍ질적으로 평가하고 분석 결과를 관련부처에 제공해 R&D 연구의 실효성을 제고할 생각입니다. -특허분쟁 급증으로 지재권 보호가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데 관련대책은 있으신지요. ▦분쟁대응을 위해 기술 분야별로 국내외 법률전문가 풀을 구성해 분쟁단계별로 침해ㆍ무효 여부 분석, 협상지원 등 맞춤형으로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2개 기업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60여개 업체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인력과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은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대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지재권 전담인력도 없고 정보력도 취약해 특허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특허분쟁 소송비용 부담이 심각한 상황인데요. 특허소송에 따른 중소기업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재권 소송보험제도'에 가입할 경우 특허청이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허소송은 국내 기업의 피소 못지 않게 반대 경우로 입는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압니다. ▦선진국으로부터 지재권 소송을 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상표권이 침해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할 일입니다. 특허청은 현재 해외 7개 지역에 아이피 데스크(IP DESK)를 설치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지재권 관련 어려움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상표권 도용으로 해외진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요. ▦국내 생수 브랜드 중 '삼다수'라는 제품은 제주도를 찾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중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 측이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려고 보니 이미 한국인이 현지에서 이 제품명을 등록해 제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상표도 특허와 마찬가지로 속지주의와 선출원주의가 적용됩니다. 결국 이 회사는 중국에서 '제주 삼다수'가 아닌 '제주 광천수'로 제품을 수출하게 돼 브랜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허청이 특허와 지재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이후 특허심사 정책과 관련해 '품질과 기간의 조화'를 강조하고 계신데요. ▦특허를 출원한 고객들의 최대 관심사는 하루라도 빨리 특허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특허청도 이를 위해 심사처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 노력해왔고 그 결과 지난해 특허심사처리 기간은 평균 15.4개월로 단축됐습니다. 이는 일본(28개월)이나 미국(25개월)에 비해 무척 빠른 것입니다. 하지만 심사의 품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에 처리속도 못지 않게 심사품질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심사기간은 16~17개월이 적정하다고 판단합니다. -특허심사의 품질을 높이려면 심사관들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심사관들의 능력과 자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특허청 직원 1,500여명 가운데 420여명이 박사 출신입니다. 공공기관 중 이렇게 고학력자들이 많이 모인 곳은 없습니다. 게다가 수시로 외부특채를 통해 유능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어 한국의 특허심사 수준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특허심사 실력은 선진국이 특허 관련 선행조사를 한국에 맡길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수준입니다. 아울러 심사관들의 능력강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심사 결과 우수사례 발표회를 여는 등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특허수준을 더욱 높이기 위해 선진국과의 공조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급증하는 특허출원에 따른 심사적체와 중복출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허 선진국과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ㆍ미국ㆍ일본ㆍ중국ㆍ유럽 등 선진5개 특허청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실질적인 업무협력을 진행하며 총 10개의 과제를 놓고 실무협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체제가 공고해지면 미국ㆍ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신속하게 특허를 획득하고 절차도 대폭 간소화할 것으로 봅니다. 신속한 특허획득으로 심사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특허출원 건수가 감소세를 보였는데 최근 기업들의 특허출원 동향은 어떻습니까. ▦국내 특허출원 건수는 2007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09년에 줄었습니다. 특허출원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적 수준이 높은 특허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입니다.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업들이 줄인 것도 한 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경기회복세를 타고 올 들어 6월까지 특허출원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6%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현재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범정부 차원의 지식재산 정책에서 특허청의 역할은 무엇인지요. ▦정부는 지식재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3월 총리실에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을 구성하고 17개 부처 차관급으로 '지식재산정책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허청은 지재권 주무부처로 지식재산강국 실현을 위해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ㆍ보호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허청장으로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으신지요. ▦특허가 잘못되면 기업은 하루 아침에 주저앉게 됩니다. 반대로 특허는 한 기업과 국가를 살리는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특허 마인드를 갖고 지식재산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특허청과 제가 돕겠습니다.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많이 생산해 강한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원하는 것이 특허청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특허와 지재권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특허제도는 인류의 기술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국내 휴대폰 기술을 보면 대부분의 한국 기술이 표준특허로 등록돼 있을 정도입니다. 아직은 특허 관련 로열티와 기술료를 선진국에 많이 지불하고 있지만 한국도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뛰어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특허강국으로 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두달만에 사람 냄새 나는 조직으로
집무실 문 언제나 활짝… 오픈 마인드로 업무 효율
색소폰 연주 실력 수준급·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

이수원 청장이 선장을 맡은 후 특허청은 권위적이고 딱딱한 조직에서 인간적이고 정감 넘치는 곳으로 변했다. 특허청은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엘리트 직원들이 유난히 많은 탓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안팎의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이 청장의 조직운영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특허청은 따뜻하고 사람냄새 나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전에 있는 특허청장 집무실은 늘 직원들과 민원인들을 위해 활짝 열려 있다. 굳게 닫힌 문 앞에 비서들이 '보초'를 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대다수 기관장들의 방과는 대조적이다. 이 청장은 "예전에 사무관ㆍ과장으로 근무할 때 장관 방의 닫힌 문을 여는 순간 그렇게 긴장될 수 없었다"며 "열려 있는 집무실에 들어가는 마음과 닫힌 곳을 열고 들어가는 마음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후배 직원들이 청장을 대할 때 선배이자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 청장이 취임한 뒤 국장들 간 토론도 한층 활성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청장이 묻는 질문에 간부들이 답변하는 식으로 회의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웃고 떠들면서 격의 없이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 이 역시 평소 유머를 즐기는 이 청장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라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아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며 "특허업무의 본질에 대해 직원들이 더 깊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마라톤ㆍ수영ㆍ스노보드ㆍ승마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하다. 색소폰 연주실력도 상당해 동호회와 함께 순회연주에 나설 정도다. 특허청의 한 직원은 "업무 스타일이 온화하고 합리적이어서 후배 직원들이 닮고 싶은 상사로 꼽는다"고 전했다.
■약력 ▦1955년 강원도 화천 ▦1973년 춘천고 졸업 ▦1979년 행정고시 23회 ▦1980년 고려대 경영학 학사 ▦1980~1997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1988~1990년 일본 사이타마대학원 정책과학 석사 ▦1997~1999년 미국 유엔본부 경제사회국(DESA) 경제 컨설턴트 ▦2004~2005년 영국 옥스퍼드대 방문연구원 ▦2008~2009년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 ▦2009~2010년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장 ▦2010년5월~ 제21대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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