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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C주택 공사현장은 건설주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채권자들을 설득해 하루빨리 공사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지난 2일 경기도 이천의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4층. 7명의 직원들이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제때 받지 못한 엘리베이터 납품대금을 받아내는 부실채권팀의 정예요원들이다. 이 회사의 부실채권팀은 업계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채권 회수로 명성을 얻고 있다. 심지어 금융회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9년 이전 발생한 부실채권중 63%(246억원)을 성공적으로 회수한데 이어 99년 이후에도 부실금액을 405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최근 건설경기 급랭으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대금 회수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셈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처럼 비용으로 처리해버린 부실채권에 대해 60%대의 회수율을 기록한 사례는 드물다”며 “모두가 일선현장을 발로 뛰고 모든 열정을 쏟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들 채권팀이 밀린 대금을 귀신같이 받아내는 남다른 비결은 무엇일까. ◇옛 주소지부터 알아내라=채권팀은 과거에 발생한 부실채권 회수를 위해 우선 사업주의 주소지부터 꼼꼼하게 챙긴다. 사업주의 근황도 살필 겸 혹시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이후 3년간이나 대금을 갚지 않았던 K씨. 그는 회사 부도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일주일만의 현장 조사 끝에 고급 자동차를 굴리는 등 씀씀이가 헤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재산 추적에 들어간 결과 K씨는 여러 번 주소지를 옮기는 꾀를 쓰면서 과거 주소지에 상가 건물 하나를 본인 명의로 남겨둔 사실을 알아냈다. 채권팀이 해당 건물에 가압류를 신청하고 회수 작전에 돌입하자 K씨는 결국 가압류 해지를 호소하며 백기를 들고 말았다. ◇1%의 부실가능성도 차단하라=현재 진행중인 공사의 부실 가능성을 철저히 막는 것도 채권팀의 노하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얼마전 블랙리스트에 오른 숙박업소 주인으로부터 추가 주문이 들어오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정 조항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계약서에 ‘어음이 현금으로 전환될 때까지 공사 진행을 보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고객은 당초 우려대로 현금이 아니라 어음으로 대금을 지급하기를 고집했고 회사측은 사전합의를 이유로 납품을 거부했다. 최용규 채권회수팀장은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과거 부실채권을 일으킨 사례가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에 따라 고객의 성향 등을 분석하면 부실 발생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이 아니라면 현물이라도 확보한다=만약 현금이나 어음 결제가 어렵다면 현물을 대신 회수하는 방법도 활용된다.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장의 경우 미분양사태로 대금 납부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1 지나도 미분양 물량이 소화되지 않자 회사측은 미분양 아파트를 대신 회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아파트를 현금 대신 보유한 후 1년이 지난 후에 이를 매각해 부실채권을 회수한 바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이 바람에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가 수십 건에 달한다”며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전세를 내놓아 채권을 회수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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