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투적 노조로 유명하며 이는 종종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에서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은 영업손실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가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주요 외신들은 “파업 다발 국가” “파업중독증에 걸린 노조” 등의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노사분규로 휘청거리는 한국의 모습을 전달했다. 겉으로는 “노사분규가 글로벌 메이커를 향한 현대차의 야심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걱정해주는 척했지만 내심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던 잠재적 경쟁업체 내지 경쟁국가의 혼란에 미소를 짓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미국과 유럽ㆍ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존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연례행사(파업)’를 시작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지난 87년 노조 설립 이후 단 한차례(94년)를 빼고 매년 파업을 치르는 줄파업의 전통을 이어왔다. 각각의 파업이 매년 발생하는 새로운 이슈나 이해다툼 등 특수한 사정 때문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기네스북 감’이라거나 ‘파업중독증’이라고 폄하해도 과도한 표현이라고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재계 주변에서는 현대차 파업사태에 대해 “환율하락과 고유가, 비자금 사건 수사 및 총수 공백 등 온갖 악재가 태풍처럼 밀려왔지만 (현대차 노조가) 이를 자신들이 포함된 조직 공동의 위기로 받아들여 헤쳐나가려는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에는 노조의 움직임 자체가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변수다. 함께 생존을 고민하면 ‘천군만마’의 힘이, 반대로 투쟁 일변도의 나 홀로 행보는 동반몰락의 지름길이 됐었다. GM 등 경영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 메이커 노조들이 대규모 인력감축에 흔쾌히 사인을 하면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과거의 맹목적인 ‘내 몫 찾기’가 큰 불행을 자초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반대로 일본의 도요타 노조는 회사가 매년 많은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려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앞장서 임금을 동결해왔다. 지금 도요타자동차가 ‘글로벌 톱’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는 것은 노사가 공유하는 ‘경쟁력 강화 노력’이 다른 자동차 메이커를 압도했기에 가능했다는 중론이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현대차의 올해 파업을 바라보며 “전형적으로 ‘일할 때와 투쟁할 때’를 분간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GM과 포드ㆍ도요타 등 경쟁사들은 노조가 앞장서 글로벌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며 “회사 사정과 생산성을 도외시한 현대차 노조의 자기 몫 챙기기는 글로벌 경쟁에서 스스로를 일탈시키는 자살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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