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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02> 공정성과 판결 논란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는 명제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분명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제3자의 일이라 할지라도 전국민적인 분노를 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대체 왜 그럴까? 분노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 사건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물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모두가 똑같은 것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러했고 자라면서도 각자의 환경에 따라 상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는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공정(公定)이란 건 ‘모든 것이 같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같은 조건이라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가깝다. 친구와 동일한 메뉴를 주문했는데 친구 것만 각종 재료가 듬뿍 들어가 있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나도 내 친구도 같은 값을 지불하는 똑같은 ‘손님’인데 차별받는다는 생각에 화가 나지 않겠나. 이럴 때 느끼는 ‘화’가 바로 불공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가 마약을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중은 분노했다. 마약 투약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공정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아무리 초범이라 해도 한번도 아니고 열다섯번이나 투약했는데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유력 정치인의 사위, 돈 많은 집안의 아들이라는 부가적인 조건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대중이 판결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은 것이다. 범죄자라면 범죄의 내용만이 판결의 유일한 조건이어야 한다. 헌데 ‘이례적 집행유예’라고 하니 분명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며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이상할 것 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항소기준에 대해 착각하는 거 같다. 검찰에서 3년 구형했는데 판결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가 나왔으면 검사로서는 만족한 판결을 받은 것”이라며 “항소할 일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잡음은 쉬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대중들은 권력자의 사위가 마약 사용과 같은 비상식적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양형기준 이하의 형을 선고받아, 결과적으로 ‘감방살이’를 면했다는 점에 ‘뒤늦게’ 분노하고 있는데.

얼마 전 관객 1,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감독 : 류승완). 영화 속에서 망나니 재벌 2세로 나오는 조태오(유아인 분)의 마약 스캔들은 치외법권지대를 누리는 힘 있는 자들의 모습을 여실히 그려냈다. 1,0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베테랑’을 보면서 짜릿한 통쾌함을 맛보는 건 힘으로 ‘빽’으로 처벌을 피해가던 특권층에게 제대로 철퇴를 가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베테랑의 짜릿함’을 현실에서도 맛보기를 원한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또는 그저 고정관념이나 편견일지라도 현실에서는 ‘공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믿으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김무성 대표는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을 보여 주려 수십 배는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사위와 결혼한 딸이 ‘32년간 한 번도 속 썩인 일이 없다’는 그의 말은 한국 사회에서 자식 가진 부모가 일부 공감할지는 몰라도 리더로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의 사위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루어졌는지 대중이 제기한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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