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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이산 상봉] 옛추억 떠올리며 밤새 얘기꽃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은 27일 숙소인 서울 롯데월드호텔과 평양의 고려호텔에서 가족들과 두번의 개별상봉을 갖고 "내일이면 또 생이별을 한다"는 생각에 이별의 아픔을 토해내며 서로의 얼굴을 만지고 또 만졌다.전날 첫 만남의 흥분으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한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이날 개별상봉에서 어릴적 얘기와 고향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고, 즉석에서 제사를 올리고 족보와 반지 등 미리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 서울에서 (.밤새 잠을 설쳤다는 북한 집단체조의 거장 김수조(69)씨는 복겸(54)씨 등 조카들의 손을 잡고 "이렇게 이틀을 만나서 또 헤어지면 얼마나 허망하냐. 빨리 통일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조카 복겸(53)씨는 "50년 만에 삼촌을 만나니 돌아가신 아버님을 뵙는 것 같았다"고 말하고 "이제 또다시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아프다"며 끝내 눈물을 떨구었다. 이를 지켜보던 복겸씨의 여동생 정숙(52), 정선(51)씨도 흐느껴 울기 시작해 분위기가 숙연해 졌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 출신인 리상무(69)씨는 두차례 개별상봉에서 누님인 이무교(82)씨의 손을 잡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가면 언제 또 보냐"는 재촉에 상무씨는 누님의 손을 꼭 잡고 "조국통일을 해서 한자리에서 만나자"며 달랬다. 무교씨는 "내 나이 벌써 80인데 죽기전에 꼭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북한의 공훈예술가 정두명(67ㆍ평양시 낙랑구역 정백2동)씨는 아버지 제사를 간략히 지내며 지난 반세기 세월의 한(恨)을 가슴에 안아야 했다. 두명씨는 북에서 준비해온 인삼곡주와 과일을 차리고, 남쪽 가족들이 가져온 영정을 앞에 놓고 큰 절을 올린 뒤 "아버지 영정을 내가 가져가겠다"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특히 가족들로부터 지난 77년 6월6일 69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자신의 사진을 품에 안은 채 '낮잠자는 내 아들'이라고 부르며 그리워했다는 얘기에 그만 목을 놓았다. (.북에서 온 전영수(79)씨는 남쪽 가족들이 들어오자 "애일이는 왜 안왔냐"며 낳은 지 며칠 되지 않아 헤어진 딸부터 챙겼다. 부인 유정규(74)씨는 "남편이 돌아올 것으로 믿고 아직 호적도 정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가족이 15명이나 와 있어서 이들을 위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조카 전옥희씨는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라며 안타까와 했다. ■ 평양에서 (.3차 이산상봉 이틀째인 27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개별상봉 한 국군 포로출신 손원호(75ㆍ함북 회시)씨와 동생 준호(67ㆍ경북 경주)씨는 50년만에 형제의 정을 흠뻑 나눴다. 전날 50년만에 맛보는 상봉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원호씨의 손을 꼭 쥔 동생은 형과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 형님 나와 많이 닮지 않았냐"며 "세월이 흘러 머리는 쉬었지만 코도 입도 닮았다"며 애정어린 말을 건넸다. (.아들과 두 딸을 만나러 간 김유감(76ㆍ경기도 광명시) 할머니는 이날 끝내 '중국 출장중'이라는 아들 김수남(59)씨를 못만난 채 딸들과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김할머니는 "수남이를 한번 보려고 50년을 수절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이제 곧 여든인데 살아있는 아들을 못 만나고 가니 하늘이 무너진다"며 설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딸들은 "오빠는 국가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결국 이날 김할머니는 아들 내외와 두 딸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반지, 옷가지등 선물꾸러미를 끝내 풀어보지 못했다. (.69년 납북된 KAL기 여승무원이던 성경희(55)씨를 만나러 간 어머니 이후덕(77ㆍ서울시 노원구)씨는 이날 성씨에게"네가 잘 사는 모습을 보았으니 이제 돌아가도 네 걱정은 안할 것"이라며 딸을 안심시켰다. 이에 대해 성씨는 표창으로 받았다는 명함시계를 보여주며 "장군님에게 의탁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어머니를 위로했다. 한편 인민군인 손자 성혁(24)씨는 "할머니를 한번 업어보고 싶다"며 이 할머니를 등에 업고 "가지 말고 함께 살면 안돼냐"며 재롱을 부리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또 이날 손녀 소영(26)씨에게 "너를 줄려고 이 할머니가 직접 짠 것"이라며 목도리와 모자를 선물로 전해줬다. 오철수기자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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