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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기로에 선 남북관계] "빈사상태 북한 경제특구를 통일시대 여는 신남북경협 요충지로"

■ 전문가 '경협' 진단


"北 개혁·개방·시장화 촉진… 한국은 성장동력 창출 윈윈"
인프라·상호이해 등 따져 단계적으로 경협확대 필요
물류거점으로 부상 신의주… 관광지대 추진 원산 등 유망
현동·와우도·청진 개발구도… 경공업 수출단지로 활용할만


북한과 중국의 접경 도시인 단둥에서 압록강을 따라 남서쪽으로 20분가량 차를 타고 달리면 북한이 지정한 '황금평' 경제특구가 나타난다. 지난 2010년 중국과 공동개발하겠다고 큰소리를 쳤건만 4년 동안 단 한 건의 투자도 유치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텅 비어 있다.

북한의 5개 중앙급 경제특구 및 19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황금평처럼 대부분 '빈사'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은 각종 특구 및 개발구에 해외 306개 기업이 총 14억3,700만달러의 투자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4억달러가량의 투자만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사업이 진행 중인 나진-하산 지역에 밀집됐거나 이미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나온 자금인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역점사업으로 꼽힌다. 경제발전에 김정은 체제의 사활이 걸린 만큼 올해도 이 부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에는 합영투자위원회·국가경제개발위원회·무역성을 통폐합해 외자 유치 주무부처인 '대외경제성'을 신설했다. 대외경제성은 지난해 9월 중국 다롄에서 '조선투자설명회'를 개최해 투자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할 경우 방북 신청을 10일 이내에 처리해주고 개발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송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특구 및 개발구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를 원하고 있는 만큼 남한 정부와 민간이 해당 지역 중 유망한 곳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남북경협의 요충지'로 삼을 것을 조언한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원하는 수요 중심 발상이야말로 새로운 통일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라면서 "경제성장 효과가 가장 큰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한다는 원칙으로 제한된 재원의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통일준비 차원에서 북한의 경제특구와 연계하는 '신(新)남북경협 전략'으로 북한의 개혁·개방과 시장화를 촉진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이 북한 경제특구를 이용해 유턴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며 북방 진출의 거점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이점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특구 개발과 연계한 새로운 남북경협에 대해 '단계적'인 접근과 함께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북한의 수많은 경제특구 가운데 △인프라 및 배후지 수준 △남북한 상호이득 관계 △남북 간 연계의 용이성 △동북아 거점으로서의 입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선·신의주·원산 경제특구=우선 단기적으로는 나선경제특구 개발이 가장 유망할 것으로 거론된다. 북한이 2008년부터 러시아와 나진-하산 구간 철로 개·보수 및 나진항 현대화를 통한 물류 운송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 우리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어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이 가능한 곳이다. 전문가들은 나진항이 개발되고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연결되면 물류의 대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의주경제특구 역시 올해 초에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면 물류 및 거점 개발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꼽힌다. 또 중국과의 접경에 있는 만큼 남북중 협력으로 물류사업과 복합농촌단지를 추진할 수도 있다.

중기적으로는 북한이 최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원산관광특구를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 언급하기도 한 이곳은 금강산지구까지 묶는 대규모 관광지대가 추진되고 있다. 원산은 조만간 경제특구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곳이다. 싱가포르의 대북 교류단체 '조선익스체인지'의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이사는 지난해 11월 북한 경제특구 보고서에서 북한 중앙정부의 지원과 개발 역량을 갖춘 특구로 원산을 지목하기도 했다. 원산 마식령 스키장 등은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개최 후보지로도 거론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 유망 경제개발구=지방급 경제개발구 가운데 숙박시설과 경마장·골프장 등 오락시설을 갖춘 관광휴양지구로 개발 구상 중인 온성섬관광개발구도 중기적으로 남북이 협력해 개발할 만한 곳으로 추천됐다. 또 강원도 원산에 위치한 현동공업개발구의 경우 금강산~강원도를 아우르는 환동해 성장 벨트로 구축하면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됐다. 인근 안병청년발전소·원산청년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갈마천 용수를 이용할 수 있어 인프라 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권기철 LH 남북협력처 북한센터장은 "북한의 경공업 중심 경제개발구의 산업기반과 주변 농촌의 유휴 노동력을 결합해 '복합농촌단지'를 만드는 개발사업이 현실 가능한 북한 개발 모델"이라면서 청진경제개발구와 와우도수출가공구를 예로 들었다. 청진경제개발구는 기술집약형 가공공업 비중이 높은 곳이고 와우도수출가공구는 수출형 가공조림업 단지로 개발 계획이 잡혀 있다.

이밖에 개성공단과 연계해 개발이 가능한 개성고도과학기술구와 강령국제녹색시범구도 중기적 차원에서 신남북경협에 적합한 곳으로 추천됐다. 개성고도과학기술구는 중국·싱가포르·홍콩 등의 외국 기업과 합작해 정보기술(IT) 공단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며 강령국제녹색시범구는 개성공단이 확장되면 해주와 연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조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경제특구를 연결해 광역경제권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각 경제특구들이 분절적으로 분포돼 있지만 향후 남북경제협력과 함께 특구 발전이 진행되면 광역경제권별로 경제특구와 거점도시들을 연계하는 네트워크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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