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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봉제공장. 공장에 들어서니 3,000명이 넘는 현지 여성 근로자들이 남성용 셔츠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원단을 자르고 재봉틀을 돌리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남성 드레스ㆍ캐주얼 셔츠가 한 달에 약 45만벌이 만들어져 일본과 한국 등으로 실려 나간다. 이렇게 한국 기업이 '메이드 인 미얀마' 의류를 생산한 지 어언 20년. 그동안 굴지의 의류공장으로 성장한 이곳은 이제 세계 각지의 기업인들의 미얀마 견학 코스가 됐다. 한광열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봉제법인 대표는 "20년인 공장 운영 허가 기간이 지난해 만료돼 10년 연장계약에 합의했다"며 "미얀마에 진출한 외자유치 기업 가운데 계약기간을 연장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 미얀마 진출 러시=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미얀마로 몰려들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가스전 개발과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대우인터내셔널. 이 회사는 오는 2013년부터 미얀마 가스전에서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포스코도 지난 1997년 UMEHL사와 합작으로 미얀마포스코를 설립해 연산 3만톤 규모의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아연도금강판은 대부분 미얀마 주택의 함석지붕 재료로 쓰인다. 미얀마 인기 여배우가 모델로 TV 광고도 하고 있다. 김창규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미얀마는 동남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발국"이라며 "포스코는 앞으로 미얀마에서 자원개발과 바이오에너지ㆍ주택건설ㆍ호텔 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도 미얀마에서 현지 수입업체와 딜러십 계약을 맺고 1년간 차량을 판매한 뒤 조립공장 건설을 검토할 방침이다. SK 역시 미얀마 심해항구 건설과 통신 사업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봉제업체들의 미얀마 진출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미얀마에는 50여개의 국내 봉제업체가 4만여명의 현지 근로자를 채용해 의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국 진출 업체들이 미얀마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외에 한화ㆍ쌍용ㆍ한라ㆍ벽산그룹 등에 속한 건설 및 엔지니어링 관련 기업들과 토마토저축은행 등도 최근 미얀마를 방문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ㆍ노동력ㆍ입지가 강점= 한국 기업이 느끼는 미얀마의 가장 큰 매력은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는 풍부한 천연자원이다. 미얀마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철ㆍ석탄ㆍ구리ㆍ아연ㆍ니켈ㆍ우라늄 등 광물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다. 특히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의 여파로 개발이 중단된 광구나 광산이 많은 게 장점이다. 최근 미얀마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미얀마 에너지 자원 독식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들의 미얀마 자원 개발에 긍정적 요인이다. 실제로 국내 자원개발업체인 KMDC는 이 같은 중국 견제 심리 속에 지난달 미얀마 해상 4개 광구에 대한 탐사개발권을 따내기도 했다. 저렴한 노동력도 돋보인다. 미얀마 현지 봉제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임금은 월 50~60달러 수준으로 인근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거대시장인 중국ㆍ인도와 국경을 접한 지리적 위치 역시 미얀마의 풍부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얀마에는 이 같은 매력 외에 투자 걸림돌 또한 많다. 열악한 전력ㆍ통신ㆍ도로 인프라와 10%의 수출세, 과실송금 금지 등 각종 행정ㆍ제도적 규제가 그것. 박철호 KOTRA 미얀마센터장은 "현재 하루 세 팀 정도가 투자 상담을 위해 찾아올 만큼 미얀마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막연히 '미얀마 드림'을 갖고 진출하기보다는 투자처로서 미얀마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선정부 출범 후 개혁개방 가속화 전망=미얀마는 현재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해 11월 20년 만에 총선을 실시해 상하 양원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했으며 의회는 지난 4일 군사정권의 핵심 인물인 테인 세인 총리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군정의 연장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새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5월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도 풀릴 것으로 보여 개혁 개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에서 상원의원에 선출된 킨쉐 제이카바그룹 회장은 "20년 전 대우인터내셔널 등 한국 기업이 많은 고민을 하며 미얀마에서 사업을 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10년 전에는 일본 기업이 최고였지만 지금은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병제 주미얀마 대사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1988년 이후 손을 보지 않은 외국인 투자법을 재개정하는 등 개혁개방을 실시하고 미국의 경제 제재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인도ㆍ아세안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미얀마에 경쟁국보다 앞서 교두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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