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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환율전쟁 서막과 우리의 대응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는 '환율전쟁'이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중앙은행을 통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엔화공급을 확대시켜 엔화가치 하락을 유도한 바 있다. 인위적 통화가치 하락은 인접국가의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근린궁핍화'정책이라 볼 수 있다. 결국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옌스 바이트먼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일침을 가하자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상은 독일은 유로라는 공동통화 사용으로 환율이 고정돼 무역수지에 큰 혜택을 보는 국가라며 일본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반격했다. 만약 일본과 중국ㆍ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환율전쟁이 가시화된다면 실질적인 무역수지 개선은 어렵고 국제금융시장의 마비만 초래하게 된다. 또 주요 선진국의 환율전쟁은 원화절상의 속도를 높여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환율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율정책의 선택을 위해서는 먼저 원화환율의 절하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첫째, 원화환율의 절하는 외환보유액 축적으로 금융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지난 1998년 1월 일시적으로 2,000원을 넘었던 원화환율은 우리에게 큰 고통이었지만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해 결국 IMF 구제금융을 조기 상환하는 데 도움이 됐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에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견고한 움직임을 보인 데는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을 3,200억달러 이상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원화의 평가절하는 수출 증가로 고용과 더불어 경제성장률도 상승시키는 순작용을 한다. 2012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2%로 나타났고 2013년에도 2%대가 예상돼 저성장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며 지난 5년간 청년실업이 악화돼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고용증가와 경제성장률 상승을 위해 원화의 평가절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 환율절하의 영향에 대한 평가는 최근 변화를 보이고 있다. 먼저 외환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외환보유액 축적은 외환보유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달러화 국채이자율은 시장이자율에 비해 낮아 일종의 비용을 발생시킨다. 외환위기의 예방을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의 추가 증대보다는 '지역금융안정망'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10년 출범한 치앙마이다자화기금(CMIMㆍchianmai inintiative multilateralisation)은 ASEAN+3 국가의 외환위기 예방을 위한 다자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계다. 한국은 CMIM의 활용과 동시에 한미ㆍ한중ㆍ한일 양자 간 통화스와프를 확대시킨다면 외환위기의 예방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출이 고용과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과거에 비해서 낮아졌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전자와 자동차 등 제조업의 생산이 중국ㆍ베트남 등의 해외에서 이뤄지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감소한 것이다.



원화 평가절하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물가상승과 더불어 긍정적이라고 여겼던 효과가 감소한 상황에서 경쟁적인 평가절하의 유혹에 빠질 필요는 없다. 물론 정책 당국으로서는 원화절상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수출기업들이 대비할 여유가 없게 되므로 무작정 좌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화 평가절상의 속도조절과 환투기 세력에 대한 견제 노력은 필요하지만 환율의 추세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장기적으로 볼 때 부작용이 더 크므로 자제해야 한다. 원화 평가절하가 아닌 수출기업의 환헤징 강화와 기술혁신만이 현재의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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