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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채권단 구조조정 빌미… STX팬오션 배까지 팔아 넘겨

SPC 통해 강제처분… 법원 영향력 못미쳐<br>해외 네트워크 다져온 임직원 일부도 떠나


STX팬오션에 돈을 빌려준 외국계 금융회사가 구조조정을 빌미로 배까지 팔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STX팬오션의 상환이 어려워지자 담보로 잡은 배를 앞다퉈 매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국내 3위였던 STX팬오션의 보유선박은 올해 말까지 4분의1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고객을 관리해온 임직원도 일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은 표류하고 있으며 어렵사리 정상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회사 규모는 현저히 쪼그라들 수밖에 없게 됐다.

29일 금융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이 가진 배는 법정관리 직전인 지난 6월5일 319척에서 이달 20일 현재 130척으로 줄었다. 업계는 연말까지 STX팬오션의 보유선박 수가 70여척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빌린 배를 뜻하는 용선(傭船)이 현재 226척에서 연말에는 10척가량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보통 해운사와 대주단은 배를 운영해 얻은 수익과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장기 채무계약을 맺는다"면서 "팬오션 측이 유류대금 등 단계별 일정에 따른 상환계획을 지키지 못하면서 이제는 사선(私船)까지 대주단이 강제 처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팬오션이 발주해 소유한 선박인 사선 규모도 현재 94척에서 60여척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채권단이 사선까지 매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도 사선을 계속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배에 지분을 가진 외국계 채권단이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사는 배를 건조하거나 용선할 때 거액의 자금을 단독으로 대지 않고 금융사(대주사)의 장기투자를 받아 운영한다. 이때 투자한 해외 대주사들은 해운사가 배 한 척을 만들고 운영하는 동안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다.

해운사가 부도를 내더라도 투자한 배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해운사에 직접 돈을 주지 않고 SPC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면 STX팬오션은 현재 마린솔루션유한회사 등 20곳 이상의 SPC를 통해 채무를 지고 있다. 일부 SPC의 경우 최장 오는 2025년까지 STX팬오션이 채무보증을 서는 등 장기간의 채무관계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이후 외국계 채권단은 담보실행을 진행하는 것이다.

금융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들은 법적으로 팬오션과 관계없는 독립회사이기 때문에 법정관리 중이어도 법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류대금을 내지 못해 해외에 억류돼 있던 STX팬오션의 선박 일부가 풀렸지만 대금납입이 지연되면 언제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STX팬오션의 임직원 일부는 최근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고객과 인적 네트워크가 생명인 STX팬오션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것도 악재다. 극심한 불황을 겪는 해운업계는 운임료를 낮춰도 버티는 해운사만 살아남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대형 해운사는 1억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이 중심을 이루지만 국내는 1억 2,000TEU가 주류"라며 "1TEU당 유류비가 1억8,000TEU급은 3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대형선박을 지닌 해운사가 훨씬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대책이 시급하지만 정부 차원의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선박금융공사와 기금 설립 사이에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주채권단인 산은의 홍기택 회장은 팬오션 인수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을 열었지만 배와 고객을 잃고 중소형사로 전락한 후가 될 수밖에 없다.

대형 해운사를 살려 업계에 미칠 파장을 막겠다는 취지라면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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