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원자재값 폭등도 힘겨운데…" 비오는 날 우산 뺏는 은행들시중은행 "대출위험 증가" 신규대출 사실상 중단… 국책은행만 지원나서 문승관 기자 skmoon@sed.co.kr 시중은행들이 원자재값 폭등 등에 따른 ‘대출 위험 증가’를 이유로 신규 중소기업 대출을 사실상 중단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과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9개 은행 가운데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뚜렷한 중소기업 자금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원자재값 및 대출 시장 동향만 파악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올들어 사실상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대출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출 정책을 변경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별 지점 차원에서 우량 중소기업 가운데 일시적인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은행 차원의 지원 계획은 세워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값 급등 등의 여파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훨씬 더 나빠지고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 위험 증가로 은행의 수익성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적극적인 자금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특히 지난해까지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탓에 위험관리 차원에서 대출 확대를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60조원에 달했다. 지난 2007년 한해동안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36.5% 늘어난 것을 비롯해 신한은행(32.2%), 경남은행(30.7%), 외환은행(30.1%) 등 상당수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확대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일제히 대출경쟁을 자제하는 한편 위험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국책은행들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업은행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원자재 구매 특별자금으로 5,000억원을 제공키로 했다. 특히 가격이 급등한 철강류와 제지원료, 섬유원료, 곡물 등의 원자재 구매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도 원자재 폭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자금수급 동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도 원자재 수입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신속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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