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해임 압박을 받았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유임하게 됐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쌍용건설의 채권단은 지난주 회사가 인수합병(M&A)될 때까지 김 회장의 경영권을 유지시키기로 결정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에서 해임과 유임의견이 팽팽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임시키기로 했으며 김 회장은 해외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대적으로 해외 인맥을 통한 수주 등 해외 영업이 강점인 김 회장으로 하여금 쌍용건설의 매각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채권단이 공감한 결과다.
다만 1983년부터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김 회장이 1998년에 이어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을 해임시키면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경영권은 회사가 팔릴 때까지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김 회장이 주요 의사 결정시에는 채권단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정치권 관계자를 동원해 채권단을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치권이 압박해서 될 일도 아니고 압박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쌍용건설은 해외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해외사업본부장의 역할을 넓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다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해외사업 부문에 전념하는 것이 오히려 경영권을 계속 가져가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세계에 걸쳐 있는 해외사업장에 대한 회계실사가 단 한 달뿐이었다"면서 "단 기간에 김 회장이 해결하고 물러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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