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난동(暖冬)인가, 아니면 정말 봄이 온 것인가.’ 얼어붙었던 은행들의 자금사정이 풀리고 있다. 주가 및 시중금리의 동반하락을 계기로 은행예금 수위가 다시 늘어나는데다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은행권의 유동성이 한결 풍성해졌다. 은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언제 다시 겨울이 찾아올지 모른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유동화증권(ABS)ㆍ이종채권 발행 등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외환 등 5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18일 현재 이들의 예수금 잔액은 492조433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488조4,925억원에 비해 3조5,50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3조309억원 감소했지만 새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2조9,781억원, 신한과 하나은행이 각각 7,588억원, 6,335억원씩 늘었다. 반면 우리와 외환은행은 각각 4,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수신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주식시장 하락으로 펀드 판매 잔액은 줄어든 반면 고금리 특판 예금에 무려 6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은행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터줬다. 최근까지 은행들은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Dㆍ은행채 발행에 나섰지만 투자자가 없어 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통화위원회도 콜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자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CD(91일물) 금리는 지난 15일 5.89%까지 올랐다가 16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5.86%까지 떨어졌다. 국고채(3년) 금리도 5.90%까지 올랐다가 5.30%까지 낮아졌다. 금리가 하락 조짐을 보이자 13일에는 단 하루 동안 무려 3조7,000억원의 은행채ㆍCD가 발행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의 한 채권담당자는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해지자 투신과 보험권에서 은행채 및 CD를 집중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들이 만기물량 이상을 발행했다”며 “이달에는 추가 발행 계획이 없어 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갑자기 금리가 빠지니까 오히려 당황할 정도”라며 “선물가격 등을 볼 때 추가 하락이 예상되지만 미국 금리인하 후 반응이 시원찮으면 금리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금조달을 위해 너무 많은 고생을 해 다양한 자금조달원 발굴을 위한 작업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