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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엔 인류학자만 100명… 융합의 시대 문화·사람 알아야

인텔엔 인류학자만 100명… 융합의 시대 문화·사람 알아야<br>채소 씻는 세탁기 무시한 한국기업… 중국업체들에 시장 주도권 빼앗겨<br>전문가도 10년 뒤 세상 가늠 못해…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뜨려야

김홍선 안랩 대표가 세종대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 특강에서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지난 1990년대 초반, 전자공학을 전공한 친구가 일하는 연구실에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는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에 전화기를 하나씩 들고 다닐 것이라 주장하며 무선전화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죠. 당시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현재 그는 통신 관련 특허로 정보기술(IT)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퀄컴의 부사장이 됐어요. 20년이 지난 2012년을 사는 여러분은 당시보다 훨씬 빠르고 역동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김홍선 안랩 대표는 7일 '대학생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특강'에서 융합의 시대에 걸맞은 유연한 사고와 변화에 맞서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조차 1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하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융합의 시대에 맞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줄어들던 여객선 건조량이 어느 순간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며 "이는 여객선이 운송수단으로 다시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레저수단으로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문화와 사람을 알아야 한다=김 대표는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이번 강의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대표적인 IT회사로 손꼽히는 인텔에도 인류학자가 일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느냐"며 "기껏해야 한두 명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텔이 고용한 인류학자는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각 국가가 갖춘 문화의 차이를 아는 것이 기술적 우위를 가지는 것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며 "첨단 IT업체인 인텔 또한 이러한 점을 알고 사람과 문화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안랩 또한 미국과 일본 시장 등에 진출했을 당시 철저한 현지조사와 이용자경험(UX) 등을 중요시해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 사람과 있었던 일화를 통해 기술보다 사람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만났던 한 인도네시아 사람의 경우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인터넷에 대해서는 완전 무지했다"며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아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직관적이며 인간친화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페이스북 이용자는 전세계적으로 9억명이 넘고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을 해당 사이트에 머물지만 IT 관련 전공자는 0.01%도 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실패 사례를 '기술보다 사람을 중요시 해야 하는 이유'의 예시로 꼽았다. 그는 "한때 우리나라 전자제품 기업이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중국 기업에 빼앗긴 일이 있었다"며 "중국 농촌에서는 채소를 씻는 데 세탁기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은 이를 무시한 반면 중국 업체들은 빨래와 채소 씻기를 같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기계가 있고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고 기계가 있다"며 "앞으로 우리는 인간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독서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시대가 도래한다=김 대표는 학생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어느 때보다 인정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는 지금 탈권위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특히 개인이 국가에 비해 더욱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기술만 가지고도 크게 인정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실제 위키리크스의 경우 국가가 독점하던 기밀문서를 공개함에 따라 대중의 정보력이 훨씬 강해진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위키피디아를 필두로 한 흙뿌리 집단지성이 인터넷에서 지식공동체를 만든다"며 "국가를 중심으로 한 기존 권위가 무너지고 실력 있는 사람이 성과를 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위키피디아는 200개가 넘는 언어와 다중지성을 통해 꾸준히 콘텐츠를 확장 중이며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아 콘텐츠 독점에 대한 우려도 없다.

◇도전과 실패는 젊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김 대표는 실패는 젊음의 소중한 자산이며 실패 경험을 소중히 여기라고 당부했다. 실제 김 대표는 1996년 당시 벤처기업인 시큐어소프트를 설립하며 승승장구했으나 경영 악화로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과거 사업을 해 폭삭 망한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부양할 가족들이 큰 부담이었다"며 "실패할 때의 고통은 엄청나기 때문에 젊을 때 많은 경험을 쌓고 패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를 하고 나면 사람이나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며 "도전을 한 사람만이 이런 실패를 할 수 있으며 이 같은 경험을 통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야말로 실패라는 굴레에서 가장 자유롭기 때문에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일이 있다면 하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며 "고민으로 수많은 시간을 낭비할 동안 본인이 끌리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옳은 삶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무엇을 하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뜨거운 열정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젊음"이라 강조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김홍선 대표는

▦1960년 서울
▦1985년 서울대 공과대학원 석사
▦1990년 미국 퍼듀대 전기공학부 컴퓨터공학 박사
▦1990년 미국 텍사스주립대 연구원
▦1996년 시큐어소프트 설립 및 대표이사
▦2005년 유니포인트 경영고문
▦2008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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