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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디플레이션

불황속 물가 지속적 하락 현상최근 들어 일본에 이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 우리 경제는 부동산 값 급등 영향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큰 편이지만 결코 디플레이션의 사각지대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글로벌 경제체제 아래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얼마든지 다른 나라로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흔히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가져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심각한 경기침체를 수반하는 디플레이션을 보통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부채 디플레이션은 바로 1930년대에 나타난 세계대공항이다. 지난 1930년부터 4년간 미국경제는 소비자 물가는 25%나 떨어졌고 실질 GDP는 29%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공항 이후에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렸다. 일부 국가에서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다른 나라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경제체제로 무역, 투자에 대한 상호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데다 경기순환의 동조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면 수입 수요도 크게 위축되면서 개도국들의 경쟁적인 가격 인하를 불러 일으켜 디플레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 일본 등 선진국 디플레이션 우려 높아져 일본은 전형적인 디플레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4년째 소비자물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또 2000년에는 2.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이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9월까지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 떨어졌다. 하지만 일본은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미 일본의 재할인율은 0.1%로 사실상 금리가 제로(0) 수준인 탓에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없다. 또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 재정투자를 통한 디플레이션 해소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의 경우 올 2ㆍ4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상승하는데 그쳐 4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GDP 디플레이터란 재화와 서비스의 국내가격뿐 아니라 수출입 가격 변동까지 포함하는 가장 포괄적인 물가지수다. 유럽에서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에 그쳤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독일의 물가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자산가격 폭락, 통화긴축, 과잉공급 등이 원인 지나친 통화긴축이나 공급과잉 등이 디플레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산가격 폭락으로 지적된다. 90년대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디플레이션이나 1930년대 미국의 대공항이 단적인 예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한 실물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것이 즉시 소비 및 투자 위축을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개인이나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부실채권 증가로 심각한 부실화로 치닫게 된다. 지나친 통화긴축도 디플레이션을 촉발한다. 보통 자산가격의 거품 붕괴는 통화긴축과 동시에 진행된다. 특히 자산가격이 크게 떨어진 뒤에도 엄격한 통화긴축기조가 계속 이어지면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킨다. 일본의 경우 90년대들어 자산가격의 거품이 꺼진 후에도 통화긴축기조를 고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 80년대만해도 연 평균 9.1%에 달했던 통화증가율이 91년부터 94년까지는 연 평균 1.9%로 뚝 떨어졌다. 과잉설비나 공급과잉도 디플레이션의 한 원인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것도 자산가격 급등과 함께 전세계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디플레이션은 실질 임금 및 금리 상승 가져와 디플레이션의 해악은 실질 금리ㆍ임금ㆍ채무부담 상승을 통해 경제체질을 약화시킨다는데 있다. 물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명목금리도 여기에 비례해 떨어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실질금리는 상승하기 때문에 투자수요 및 생산 위축을 가져온다. 또 명목임금도 하방경직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가하락폭 만큼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상승하기 때문에 고용이나 생산도 감소하게 된다. 디플레이션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개인이나 기업이 갖고 있는 명목 부채의 실질적인 상환부담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기업은 투자 및 생산을 축소할 수 밖에 없고 채무불이행 위험도 높아진다. 이 경우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로 금융위기가 빚어질 수 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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