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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람」의 침묵

張永達 국회의원 (국방위 간사)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경제에만 쇼크를 준 것은 아니다. 정치판에서도 그 때 이후로 제대로 된 일이 드물다. 경제와 함께 현실정치의 배경도 그만큼 각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세상이 온통 복잡하고 어수선할 때, 사람들은 옛 사당이나 오랜 건축물을 찾는다. 인적이 끊어진 적막 속에 감추어 진 그윽한 무엇인가를 찾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요즘 「미술사가」들은 예컨대 오랜 무덤가를 지키는 돌사람을 보고, 문화적 가치 쪼가리를 떼내어 으리번쩍한 상품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겉모양에 관한 한 능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옛 돌사람들이 간직한 영구의 침묵은 돈과 맞바꿔지지 않는다. 또한 인적 끊어진 옛무덤앞 청동향로를 맴도는 고요함 속에는 겉모양의 미술적 아름다움과 다른 시적 대화가 숨어있다. 무성하게 우거진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이 친근한 말상대일 것이다. 옛 시인들 간의 교우관계도 이와 닮은 바가 있어 실로 흥미롭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백과 두보도 서로가 마음 속에서 아끼고 그리워하는 친구 사이였다. 이백이 낙향했을 때, 두 사람은 두보 집에서 촌음을 아껴가며 시와 정치를 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실제 교분은 그리 현실적이지 못했다. 이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두보가 그를 꿈 속에서 만나 무사하기를 기도했을지언정, 각박하고 험난한 정치의 파도가 두 사람 모두에게 교분을 나눌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일상생활에서 선택의 폭이 너무나도 비좁았기 때문에 그들의 시의 세계가 그리도 넓은지 모를 일이다. IMF사태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진실이 통하는 대화의 실종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무성한 각종 명분들을 앞세우고 쬐그만한 사적 이익을 그 뒤에 감출 줄은 알았으되, 세상사의 깊은 이치와 맛은 사라져버렸다. 얄팍한 상술이 전부인양 뽐내는 모습들도 너무 완연하다. 소탐대실이라고 IMF사태가 바로 이것들 때문에 도래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기 시작했다. 작년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한 엔화 약세도 때맞춰 다시 엔화강세로 반전되고 있다. 이는 IMF사태로 비좁아졌던 「선택의 폭」이 다시 넓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경제여건의 개선과 함께 정치판의 「궁도」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경우 상황호전에 걸맞는 정치대화의 격상이 요청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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