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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3월 16일] 문화 다양성이 선진국의 기준 잣대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계 축제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취재했던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소설가 이문열씨의 작품 낭독회가 뒤셀도르프ㆍ보훔ㆍ뮌스터 등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낭독회에는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대담을 나눴다. 기자는 '애걔! 고작 50명뿐이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열리는 문학 이벤트에 수백명이 모이는 게 다반사인 국내 분위기와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이런 생각이 나의 단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일ㆍ프랑스 등 이른바 문화 선진국에서는 문학 낭독회가 하루에도 많게는 수백건씩 열려 참가하는 독자들이 평균 50~100여명 정도에 그친다는 것. 우리는 그간 양적 성장에 관심을 두고 온 국민이 일에만 매달려 세계 10대 교역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업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최근 전세계에 몰아친 금융위기로 사회 분위기는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모래알 같은 사회가 될수록 가족 간의 유대가 더욱 필요하고 소중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극한의 사건이 터지면서 가족마저 해체되는 것 같아 우울한 분위기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문화는 경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깊어가는 '사회적 우울증'을 완화시켜주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이며 궁극적으로는 선진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실제 우리 국민의 문화적 관심은 예전보다 커졌다. 지난 5년간 서울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연장과 전시장 건립에 적극 나서 구청 단위로 문화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내년까지 전국에 문화 관련시설이 더 들어선다고 한다. 이제 '하드웨어(건물)'는 세계 어느 곳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지만 '소프트웨어(문화행사)'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부분 유명인사를 유치하는 데 급급한 게 현실이다.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스타급 작가ㆍ연주자 모시기 대신 특성에 맞는 이벤트를 개발하고 덜 인기가 있어도 행사 성격에 맞는 문화인들을 초빙한다면 내용은 더욱 풍성해지고 각박해지는 사회분위기는 더욱 부드러워질 것이다. 유럽에서 열리는 소규모 낭독회가 부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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