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028260)과 삼성물산(000830)의 합병문제를 놓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간의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조 주식 고수'로 알려진 윤병강(85·사진) 일성신약(003120) 회장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 받고 있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의 지분 2.0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성신약의 삼성물산 지분 평가액은 8일 종가(7만500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2,327억원으로 일성신약의 시가총액인 4,162억원의 56%에 달한다.
일성신약은 지난 2004년 1월 삼성물산의 주식을 최초로 매입한 후 현재 2.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제일모직(1,414주), 매일방송(4만주), CSTV(62만주) 등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어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전체 매도가능증권은 장부가액 기준 1,990억원 수준이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매도가능증권(장부가액 기준)과 현금성 자산을 합치면 자산가치는 2,987억원에 달한다"며 "자사주(49.5%)를 차감한 실제 시가총액은 2,081억원 수준이라 거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성신약이 지난해 기준으로 628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4억원을 올린 중소 제약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자산이 회사 규모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 같은 일성신약의 주식투자에는 창업주 윤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1954년 의약품상을 시작한 윤 회장은 1961년 일성신약을 창업했으며 KDB대우증권 전신인 동양증권을 세운 '증권업계 1세대'다. 그는 1970~1973년 동양증권 회장으로 재직했고 한 때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의 지분을 16.5%나 보유했던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에 앞서 SK·KT·삼성중공업·SBS·현대오토넷·한국전력 등에도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챙긴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SK와 소버린이 갈등할 때 양측에서 일성신약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들였다는 후문도 있다"며 "일성신약의 삼성물산 지분 가치는 본격적인 지분 싸움이 불거질 경우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일성신약은 장중 8%대까지 치솟다 장 막판 차익실현 매물로 전날과 같은 15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엘리엇과 삼성그룹 사이의 지분 싸움이 지속될수록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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