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핫 이슈 진단] '확륙 1%' 명품 한우 탄생의 현장을 가다

"철저한 사육시스템이 빚어낸 작품이죠"


▶강원 평창 영지목장 - 우사 위생관리·사료공급도 시스템화… 마리당 독립된 공간 “스트레스 덜받게” ▶충북 청원 한국냉장 중부공장 - 뼈 발라내기 전 네차례 위생세정 작업 “거세 한우보다 암소에서 명품 드물어” ▶유통업체…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硏 - ‘5스타’ 한우 품질향상·위생관리 위해 분기별 두차례 목장·도축장 찾아가 지난30일 충북 청원군 한국냉장 중부공장에 도착한 것은 어슴프레하게 먼동이 터오는 새벽이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소들이 계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목장이나 우시장에서 들어온 소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 푹 쉬게 해주는 곳입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좋은 등급의 소가 나오지요”라고 말하는 이지원 한냉 생산팀 주임은 3살박이 암소의 엉덩이를 툭 친다. 계류장으로 들어가는 암소의 귀에는 꼬리표가 3개나 붙어있다. 원산지 표시 1개, 브뤼셀라병 검사를 마쳤다는 인식표 2개. 소의 출생과 성장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와 생산농가에 대한 정보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성환 축산물등급판정소 판정사는 “출하한 소가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사육 농가에 바로 알려준다”며 “좀 더 좋은 등급의 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원 공장에서 하루 이틀 쉰 소는 도축장으로 이동한다. 영화 ‘식객’에서처럼 도축장으로 가는 소들이 뒤돌아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을 내심 기대했지만 그럴 겨를도 없이 소들이 사라진다. 발골(뼈를 발라내는 작업) 작업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4번의 위생 세정 작업을 거쳤다. 위생 관리가 반도체 공장만큼이나 철저했다. 600kg이 넘는 소가 반으로 잘려 이동하는 작업장은 온도가 4도 정도여서 옷 속으로 냉기가 스며들며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명품 한우를 찾아왔다는 말에 이 주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암소 중에 육질, 고기함량 A급, 마블링(소의 근육내 지방 함유량) 9등급 등 모든 조건이 최상급인 소는 100마리를 잡아도 1~2마리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우 암소 유통업체들이 고르고 골라 하루에 20~30마리의 소를 도축하지만 명품의 조건을 갖춘 1++등급의 한우는 한마리가 될까말까라고 한다. 운이 좋았는지 발골 작업장에 강원도 평창의 신세계 전용 목장에서 방금 도축된 암소가 들어왔다. 등급은 1++A. 등심과 채끝 부위를 잘라 육질 등급과 육량 등급을 확인해 판정한 결과 최상급이었다. 외관상으로 볼때도 마블링 정도가 최고인 9등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국내 최고 등급의 암소 쇠고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 판정사는 “전체 한우 중 1++ A 등급을 받는 한우는 7.4%밖에 되지 않는다”며 “특히 비육을 위해 전문적으로 키운 거세 한우보다 고기 맛이 좋은 암소에서는 100마리중에 1마리도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고등급의 명품 한우은 어떻게 나고 자랐을까. 방금 한냉 중부공장에서 탄생한 1++A 등급 명품 한우가 나고 자란 족적을 알아보기 위해 목장으로 달렸다. 영동고속도로 둔내 IC에서 자동차로 40분을 들어가는 강원도 평창군 산골의 영지목장이 명품 한우의 ‘생가’다. 영지목장은 신세계백화점이 97년 ‘5스타’ 한우를 만들기 위해 한우 전문 유통업체인 랠리유통과 설립한 신세계 전용 목장으로 3만평의 부지에 2,500평의 축사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 사육 규모는 800두지만 명품 한우를 생산하기 위해 현재는 300두 정도만 사육한다. 초지에서 소를 몰던 손갑규 목장장은 “5스타 명품 한우는 철저한 관리시스템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손 목장장은 “명품 한우는 10%의 유전적 성질에 90%는 체계화된 관리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태생부터 다르다”며 “출산한 암소를 5스타급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세 한우보다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지목장의 명품 한우 사육시스템의 첫번째 조건은 청정상태의 사육. 흔히 우사라고 하면 소의 분비물에 냄새까지 비위생적이지만 영지목장은 톱밥과 볏짚으로 다른 목장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철저히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한여름에도 평균 25~26도를 유지하는 평창 지역의 날씨도 소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에 한몫한다. 손 목장장은 “추운지방 한우일수록 병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며 “겨울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은 시원한 날씨가 오히려 한우 사육에 좋다”고 말한다. 소의 월령에 따라 프로그램화된 사육 시스템은 명품 한우를 만들어낸다. 영지목장은 소의 유전적 성질을 가장 좋게 하기 위해 외부에서 송아지를 들여오지 않는다. 우수한 숫소와 암소를 통한 개량으로 명품한우의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소들의 사료 공급도 시스템화했다. 농협사료의 사료공급 일정에 따라 사료 공급량과 사육 기간을 맞추는 한편 좋은 사료공급을 위해 계속 연구중이다. 손 목장장은 “소도 하루 세끼를 정확한 시간에 먹이고 소화를 돕기 위해 비타민 등 영양제를 먹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먹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반 농가나 목장에서는 사료값 부담 때문에 송아지를 낳은 암소의 사육기간을 3~6개월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영지목장은 10개월 이상 충분한 사육기간을 거쳐 출하하고 1마리당 가로, 세로 3m 크기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해 소가 사육기간동안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손 목장장은 “1++등급의 명품 한우는 초지의 풀과 계획된 양의 사료를 어떻게 먹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히 출하 직전 마블링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소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마블링 전용 사료를 먹여야 9등급의 마블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소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품 한우로 상품화시키는 것도 전략이다. 영지목장은 초음파 탐지기를 사용해 출하 전에 육질 탐색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소의 등급을 사전에 100%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초음파 탐지기로 육질상태를 점검한 후 출하시기를 조절해 최상위 등급의 한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최종 판매처인 유통업체의 사전점검도 필수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는 ‘5스타’ 명품한우의 품질 향상과 안정성을 위해 분기에 2차례 목장과 도축장 및 가공현장을 방문해 위생관리를 한다. 한우의 사육 관리, 사료를 점검하고 도축, 가공, 판매 단계에서 무작위 샘플을 수거, 대장균 O-157 및 식중독균, 항생물질, 한우 DNA 검사를 실시한다. 100마리중 1~2마리도 나오기 어렵지만 명품 한우는 매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대접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들어 광우병 파동에도 불구하고 ‘5스타’ 한우 매출은 1분기 7% 늘었으며 2분기에는 34.2%나 증가했다. 귀한 만큼 명품 한우는 가격도 최상급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등심은 100g에 1만2,500원, 채끝은 9,300원에 판매돼 일반 1등급 한우보다 20~30% 비싸다. 구자우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 상무는 “일본 화우가 일본인 입맛에 맞게 관리돼 탄생한 명품소인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입맛에 맞는 명품 한우를 만드는데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