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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의 '주거안정' 조급증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와 정부, 청와대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이견으로 국회 입법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가 시범사업을 독자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됐다. 이번 임대주택법 개정안에는 ‘비축용 임대주택’을 향후 10년간 50만가구 정도를 짓기 위한 법적 근거가 담겨 있다. 중산층에 30평대 이상의 집을 장기임대한 뒤 추후 주택시장 상황을 봐가며 수급조절용으로 활용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을 동시에 꾀하려는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이런 명분과 취지 자체에 이견을 제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구상이 아직은 설익은 수준에 그쳐 여러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참여정부 주거복지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국민임대 100만가구’사업과 상충될 우려가 많다.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조차 택지 확보와 재원 조달이라는 양대 난제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시 택지와 재원이 최대 걸림돌인 비축용 임대 50만가구를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특히 택지 확보 문제는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남지 않은 수도권의 가용토지를 국민임대와 비축용 임대가 나눠가지면 분양주택을 위한 택지는 어디서 찾을 것인지 궁금하다. 자칫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시장 불안정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업 성패를 가름할 임대주택펀드의 수익률이나 분양 전환 여부도 여전히 안개 속에 휩싸여 있다. 연기금 등에 ‘국고채+α’의 수익률을 약속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간접투자의 수익률 보장ㆍ보전을 금지한 현행법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입주자가 10년 이후 분양 전환받을 수 있느냐는 임대주택 수요를 좌우할 중대 요인임에도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이 없다. 정부는 비축용 임대 건설이 ‘국민과의 약속’일 뿐 아니라 시장의 안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당장 급하게 지켜야 할 이유도 없고 연내 시범사업에 착수하지 못한다고 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 같지도 않다. 임기 말 가시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정부의 조급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거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임대주택이라면 좀더 완벽히 조율한 뒤 여유 있게 추진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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