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고할 뜻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앙은행 현직 수장에 대한 해임은 트럼프로서도 부담스러운 이벤트다. 대체 방안으로 차기 연준 의장을 다소 이른 시점에 지명하는 그림자 의장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유력 후보는 4명이다. 가장 먼저 연준 내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다. 그는 가장 먼저 7월 금리 인하론을 주장한 인물이며, 2020년 트럼프가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주로 매파적인 성향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부쩍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두 번째 인물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다. 워시는 8년 전에도 유력한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됐는데, 트럼프와 오랜 인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통화정책 성향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연준과 재무부의 합의 및 정책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정책 운용 방식의 체제 전환이 필요하며,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월러와 워시의 공통적인 의견은 현재의 양적긴축을 당분간 유지해 연준 대차대조표를 더욱 축소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 후보군은 현재 정부의 공식 직함을 가진 인물들이다. 먼저 재무장관인 스콧 베선트인데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재무장관 역시 매우 중요한 자리이며 트럼프의 과격한 정책을 만류해온 몇 안 되는 상식적인 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파월 후임으로는 트럼프가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 아닐 수 있다. 마지막 후보는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다. 해셋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으로 일했고, 트럼프 대통령 의중에 맞춰 정책을 수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파월 의장이 임기까지 건재하다면 달러화 강세 및 장기금리 안정 재료가 되고, 파월 해임이나 그림자 의장의 조기 지명으로 혼란이 가중되면 달러화 약세 및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해석될 것이다. 이는 오랜 기간 형성된 중앙은행 독립성과 통화정책 신뢰성에 대한 위협이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파월은 내년 5월까지인 연준 의장 임기 만료 후 남은 이사직 임기(2028년 1월)까지 사퇴할지 여부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의장 임기 후 이사직 수행은 드문 편이나 1948년 매리너 애클스가 약 3년 간, 올해 마이클 바가 금융감독 부의장 사임 후 이사진에 남은 사례가 있다. 또 트럼프에 의해 연임이 좌절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도 한때 이사직 유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 갈등 구도가 이어지면 파월은 임기 마지막까지 이사직 수행 가능성을 남겨두는 태도를 보일 수 있고, 트럼프는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 자리에 차기 의장에 취임할 인물을 선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