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원전 유치와 관련해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유치 반대표가 나오면서 원전 수급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민간 차원의 주민투표여서 유효성과 대표성이 없다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삼척시민 절반가량이 원전유치에 반대한 만큼 삼척 원전의 향방은 가뜩이나 뜨거운 감자인 원전정책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삼척원전유치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전날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 84.9%의 유치 반대표가 나왔다고 밝혔다. 투표 인명부 등재자 4만2,488명 가운데 2만8,867명이 참여했고 이 중 2만4,53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김양호 삼척 시장은 "국회와 청와대, 관련 부처를 찾아가 원전 유치 백지화를 설득할 것"이라며 여론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압도적인 반대표에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 삼척시와 시의회가 합의한 유치 신청을 받아들여 적법한 절차로 부지 선정을 마쳤기 때문에 원전 철회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산업부는 "민간 주도로 이뤄진 찬반투표가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고시에 대한 법적 효력이 없다"고 전했다.
삼척 주민투표 결과로 원전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원안대로 밀어붙이면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은 부안 사태가 재연될 수 있어서다. 정부가 투표결과를 애써 무시하는 것은 이번에 물러서면 전력수급 차질은 물론 앞으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등 주요 원전정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고시를 철회하면 앞으로 줄줄이 전력수급계획에 차질이 발생한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24년까지 36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기존 운영 중인 23기의 원전 외에 5기(신월성 2호기, 신고리3·4호기, 신한울1·2호기)를 건설 중이다. 또 6기(신고리5·6호기, 신한울3·4호기, 신고리7·8호기)의 건설계획도 확정했다. 이 밖에 사용 후핵연료 저장시설도 2016년부터 포화하기 시작해 2024년이면 완전 포화상태가 된다. 추가로 저장시설 건설이 필요해 정부가 원전 관련 사안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커지기 전에 정부와 삼척시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사무'라는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이 이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유치를 신청했다가 반대로 돌아선 삼척시에 대한 문제도 있다"며 "원전을 대체할 뚜렷한 전력 공급원이 없기 때문에 정부와 삼척시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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