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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면서도 '2015 통합화력 격멸훈련'에 대해서는 맹비난하고 나섰을까. 겉으로는 일전불사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두려워하는 전면전 발생시 직면할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미 양국 군이 지난 1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2015 통합화력 격멸훈련'을 실시한다는 우리 국방부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이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 행위에 미쳐 날뛰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1977년 종합화력시범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래 7차례 실시된 이 훈련에 동원되는 장비 목록에는 웬만한 군사 강국도 두려워할 만한 무기로 가득하다.
한국 육군에 지난해부터 배치되기 시작한 K-2 흑표전차를 비롯해 K1·K1A1 전차, K200 장갑차,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비호, 발칸, AH-1S 공격헬기, 500MD 정찰 및 경공격 헬기, 무인정찰기(UAV) 등이 동원되는 기동군을 구성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손가락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 여기에 미군의 M2A3 보병전투차, AH-64 아파치 공격 헬기, A-10 공격기, M109A6 자주포가 추가되는 전력은 지상 최강으로 부를 수 있다. 한국 공군은 보유한 전투기의 전 기종인 F-15K, KF-16, F-5E/F, FA-50, F-4E와 E-737 조기경보통제기로 작전지역의 제공권도 장악한다. 가히 북한이 겁낼 만한 전력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번 훈련이 병력보다 장비 중심이라는 점.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력구조 개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202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 육군 기계화부대의 미래상과 한미 연합작전의 얼개가 읽힌다. 약 11만명의 병력을 감축할 육군은 당초 모든 기계화보병사단을 해체해 전방사단 휘하에 2개 여단씩 보내 '증강된 보병사단'을 추진했으나 전선 고착시 초월 공격을 맡을 3개 기보사단만큼은 유지하기로 결론 났고 남게 된 부대들이 이번 훈련의 주력이다.
유일의 기동군단인 0군단 휘하의 2개 기보사단과 인근 0군단 소속의 0기보사단만큼은 살려 유사시 반격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군의 기본 구상이다. 이번 훈련의 핵심인 '초월공격'에서는 129대에 이르는 전차와 장갑차·자주포·다련장 등이 아시아 최대의 단일 훈련장인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을 달리는 강철의 파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군으로서는 대규모 훈련으로 도발 의지를 꺾는 한편 미래 기동 전력의 운용을 시험하는 셈이다. 6개 기보사단 중 해체 대상인 3개 기보사단의 전력은 1선 사단에 분할 재배치하는 방안이 여전히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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