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 자본전쟁, 한국의 길을 찾는다] <9·끝> 패배의식 걷어내고 해외로 나가야

규제 탓만 말고 진출 길 모색… '긴 호흡' 노무라證서 배워라


합작·지분투자 등 방식으로 국내 IB 해외시장 공략 가능

적자 불구 고객 니즈 선제대응… 리먼브라더스 유럽·亞부문 인수
노무라증권도 5년만에 흑자전환

현지 금융전문가 길게보고 육성… 연 10兆대 中벤처투자시장 안착
한투파트너스 등 사례 참고할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례가 없는 저금리는 경제·사회적으로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국내 가계의 부채 문제는 소득 증가를 통해서 풀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해외 자산운용을 통한 자산 수익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훌쩍 넘으면서 경제·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박 회장의 진단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투자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가계 자산 증가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이 십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 자본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위세에 눌려 진출할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최근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 시장은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에 막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중 해외 투자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 수 밖에 없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 가계 금융 자산 대비 해외투자 비중은 0.8%로 미국(20.7%), 일본(6.75%) 등에 한참 뒤져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총생산 대비 해외증권 투자 규모 역시 1,680억달러(약184조원)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2,420억달러)에도 한 참 못 미친다.



세계 각국에서 만난 금융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내 IB들이 패배주의를 걷어 내고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스로 낮은 경쟁력과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 등을 핑계 삼아 움츠러든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엽 금융감독원 베이징 사무소 대표는 "중국의 자본시장은 해외자본에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합작투자나 지분투자 형식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먼저 한계를 정하고 소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증권사 33%, 자산운용사의 경우 49%까지 해외자본의 지분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투자회사 가운데 중국에 합자법인을 설립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글로벌 IB들은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 안에서 다양한 방식의 지분투자 또는 합자법인 설립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우린 너무 당국의 규제만 탓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국내의 높은 시장 점유율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외에 도전하는 일본 노무라 증권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무라증권의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15년~20년 후의 노무라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로 향할 때 노무라는 어떤 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인프라를 갖고 있지 않으면 고객 니즈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2008년 리먼브라더스 유럽·아시아 부문를 인수하게 된 것"이라면서 "리먼 통합으로 글로벌 인재와 고객 기반, 인프라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거래가 없었던 다수의 고객과도 연결돼 6년이 지난 지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는 리먼 인수 후 줄곧 손실을 거듭하다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아시아 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선 긴 호흡을 갖고 현지 금융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올 6월 말 기준 중국에 법인 또는 사무소를 두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10곳, 자산운용사는 4곳에 달하지만 대부분 주재원 1~2명이 정보수집이나 시장 조사를 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2~3년이 지나면 책임자가 다시 바뀐다. 현지 금융 전문가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다. 신형관 미래에셋 상하이법인 대표는 "IB의 핵심은 네트워킹 능력으로 결국 사람 장사"라면서 "지난 십 수년간 정부나 학계에서 금융사의 해외진출과 현지화를 강조했지만 가장 중요한 인재 육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한 예로 중국의 자본시장이 지금 당장 외국인 투자자에게 모두 개방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금융사에는 중국 금융 전문가가 많지 않아 시장 개방에 따른 과실을 제대로 따먹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제라도 중장기 시각에서 해당 지역의 금융 전문가를 키우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와 KTB 네트워크, LB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벤처투자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중국 전문가 양성을 통해 연간 10조 원 규모로 성장한 중국 벤처투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점은 참고할 만하다.

호경식 한국투자파트너스 상하이 본부장은 "중국의 벤처투자 시장은 한국의 10배 규모로 골드만삭스,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워버그핑커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앞다퉈 진출할 만큼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국내 IB들이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을 통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