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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썸' 취재파일] 지하철 5호선 휠체어 이동 체험기

서울경제신문은 최근 지하철 내 이동권 문제를 다뤄보는 <체험 동영상 뉴스>를 제작했습니다.

한여름 푹푹 찌는 더위에 휠체어를 끌고 직접 체험길에 나섰던 두 인턴기자의 취재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네모난 사회에서의 이동권은 둥근 바퀴만으론 불가능해

이번 취재의 출발점은 회사 부근에 위치한 서대문역. 휠체어에 몸을 실으며 염두에 뒀던 메시지는 명료했다. ‘과연 휠체어만으로 지하철 안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할까’를 묻고 싶었다.

곧이어 만난 길가 작은 돌부리에서부터 반응이 왔다. 1cm에 불과한 턱에도 덜컹거리기 일쑤였다. 지하철의 긴 계단은 바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평소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돼 주던 계단이 장애물로만 느껴졌다.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바퀴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알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하철 리프트가 누군가에겐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안 것도 이번 취재에서다. 리프트에 오를 때마다 몸은 앞쪽으로 급격히 쏠렸고, 어깨엔 잔뜩 힘이 들었다. 내 안전을 믿고 맡기기에 안전 바는 너무 허술해 보였다. 익숙했던 주변의 환경이 낯설고 무서워졌다.

승강장과 안전문 사이의 틈은 가장 큰 공포였다. 틈을 오갈 때마다 바퀴가 껴 앞으로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사람들이 휠체어를 끌어줬다. 결국 누군가의 손이 필요했다.



지하철 안에서 우리의 시간과 거리는 길어진 반면 불편함은 가까워졌다. 어딘가를 가려면 내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앞으로 나아가기가 머뭇거려졌다. 네모난 모서리를 가진 사회에서 앞으로 나가는 것은 둥근 바퀴만으론 너무나 힘겨웠다. /양아라 인턴기자

△ 출근길에서 봤던 ‘넓은 틈’, 그 아찔함에 대하여

휠체어 바퀴를 카메라로 담기 위해 몸을 바닥에 바짝 붙였을 뿐인데 환경이 달리 보였다. 평소 무신경하게 지나쳤던 낮은 턱, 울퉁불퉁한 경사로 등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 ‘다음 턱은 또 어디에 있지?’, ‘이 도로는 튀어나와 있으니 돌아가야 해’. 온갖 불편한 동선 때문에 신경은 예민해졌고, 진도 빠져버렸다.

지하철 내 이동권 문제를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평소 출근길에서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얼핏 보기에도 위험천만해 보이는 ‘넓은 틈’을 역마다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아찔한 틈을 바퀴로 넘어서야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었다.

동료 기자와 함께 체험한 공간은 ‘서대문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총 네 정거장이었다. 출구 8곳 가운데 두 군데 뿐인 엘리베이터를 찾아 굳이 먼 길을 돌아야 했다. 계단 대신 리프트를 이용하는 일에도 긴 시간을 허비했다. 역사 직원을 기다린 뒤 굼뜨기만 한 리프트로 열 계단을 내려가는 일에 10분이나 허비했다. 보통 8분 정도가 걸리는 네 정거장을 이동하는 데 30분을 넘게 썼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바퀴가 아닌, 두 발로 걷는 일이 새삼 편하게 느껴졌다. 평소 무심코 지나친 낮은 턱, 작은 틈들이 누군가에겐 넘기 힘든 벽이며, 장애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시간이었다. /정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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