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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웨어를 키우자] 5. 정부와 기업도 책임있다

대학이 구조조정 바람에 휘말리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에다 성장둔화로 대졸 인력에 대한 수요마저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속속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학은 올해 정시모집에서 입학정원을 제대로 충원치 못해 친구 1명을 등록시키면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눈물겨운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정원의 50%를 채우지 못하면 교육부의 각종 지원사업에 아예 손도 내밀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고육지책까지 동원된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신입생을 제대로 충원치 못하는 대학이 속출함에 따라 이제 대대적인 통폐합은 대세로 굳어졌다. 이공계 대학은 이 같은 대학사회의 구조조정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잇단 신설 및 증설로 이공계 대학이 지나치게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조정 돌풍은 이공계 대학간의 경쟁을 촉발시켜 궁극적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이런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바로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정책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제에 이어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이공계 교육의 떨어뜨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무차별적인 지원은 이공계 대학의 하향 평준화 가져올 수도=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03년 27%에 그쳤던 국가 연구개발(R&D)예산의 지방지원 비율을 오는 2007년까지 40%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의 R&D 지방 지원사업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바로 대학이다. 정부가 지방의 산ㆍ학ㆍ연 연구개발 역량 강화, 지방의 우수 과학기술인력 양성 등을 중점적인 사업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방대 지원은 국내 이공계대학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하향 평준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곧 문을 닫을 대학이 살아 남게 될 뿐 아니라 연구역량이 미흡한 대학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경우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무차별적인 지방대 지원에 들어갈 경우 대학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방대 지원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성화 교육을 위한 환경 조성해야=중소기업은 즉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산업인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대기업들은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특정 대학에서 이런 상충된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면 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치중해야 한다. 그 대신 현장실습 등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에 필요한 시간이나 자원은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이공계 대학들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각자 여건에 맞는 특성화 교육에 나서도록 정부가 유도하는 것이 시급한 이공계 교육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민구 서울공대 학장은 “국내 이공계 대학들이 차별화된 교육목표를 통해 산업현장 또는 연구개발 전문 인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병행해야=이공계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향도 제고할 필요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자 이공계 대학 진학자에 대한 장학금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지원대책은 아니다. 대다수 국내 대학이 운영재원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보다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의 복합화, 융합화 현상이 진전됨에 따라 새로운 학과목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높지만 재원 부족으로 학과목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전체 경비 가운데 인건비가 약 70%내외에 이르기 때문에 이런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송엽 서울공대 교수는 “정부가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의대로 진학할 학생이 공대로 오지는 않는다”면서 “실험장비, 신규 학과목 개발 등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정부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핀란드 교육개혁 통해 강소국 발돋음 핀란드는 스웨덴 등과 함께 대표적인 강소국(强小國)으로 꼽힌다. 핀란드는 현재 노키아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을 거느리고 전세계 IT 산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핀란드가 강소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데는 교육개혁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70년대초까지만 해도 핀란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에도 못 미쳤다. 핀란드는 지속적인 교육개혁을 통해 이런 소득정체현상을 타개했다. 핀란드는 지난 80년대 초 각 지역별로 1개의 공과대학을 설립해 이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이 한데 뭉쳐진 기술거점형 도시(technopolis)를 구축했다. 이런 기술거점형 도시가 오늘날 핀란드의 성장을 일궈낸 배경이다. 핀란드는 특히 90년대 들어 전국의 200여개 전문대학을 29개로 통폐합한후 4년제 현장특화대학을 설립했다. 이 현장특화대학은 철저한 맞춤식 교육으로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현장특화대학은 연구중심대학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핀란드 산업혁신 역량을 끊임없이 높여 나가고 있다.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은 “우리 정부도 교육개혁을 통해 특성화된 대학을 육성해 기술혁신 능력을 높여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요건 제시해야 `맞춤식 교육`도 발전 산업현장에서 이공계 대학 교육에 대한 불만이 쏟아질 때마다 대학 교수들은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다.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려면 기업의 협조와 지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대학을 비난하기만 할 뿐 정작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협력은 외면한다. 한민구 서울공대 학장은 “인력의 수요자인 기업들이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해야 대학도 특성화 노력을 통해 이런 요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산업연구원(KIET)가 지난 2002년 기업과 대학간의 교류 빈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분기별로 1회 이상 대학과 교류하는 기업은 9.8%에 불과했다. 특히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61%는 아예 대학과의 실질적 교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은 대학에 대해 욕만 늘어놓을 뿐 교육 개선을 위한 요구나 협력은 외면하는 셈이다. ◇기업, 획일적인 채용기준을 버려야=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이공계 대학 졸업자를 채용할 때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토익(TOEIC)점수 등 영어실력과 학점 평점이다. 일정한 영어실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점 평점을 선발잣대로 삼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지난 97년부터 학부제가 실시되면서 전공이수학점이 크게 줄어든 데다 그나마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이 일반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학점 평점을 잣대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 유용한 인력을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한민구 학장은 “기업들이 획일화된 채용기준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고급물리학을 듣고 `C`학점을 따느니 차라리 기초물리학을 듣고 `B`학점을 따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은 “이공계 인력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인사부서보다는 현업 책임자가 자신의 부서에 필요한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석ㆍ박사급 고급인력의 경우 학교와 자주 접촉해 창의력을 갖춘 인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협력 위한 상시적 기구 필수=현행 이공계 인력양성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산업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업은 원하는 인력을 확보하려면 대학에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업과 대학이 수시로 이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의 경우 기업 스스로 산업별 협의회를 구성해 특정산업에 필요한 교육훈련 수요를 분석하는 동시에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기업은 협의회를 통해 필요한 인력수요 및 교육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은 이런 요구를 반영해 교육과정을 끊임없이 개선하는데 노력한다. 정진화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교육과정을 입안하는데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대학은 여기에 맞춰 인력을 양성하는 `주문식 교육`이 산업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해야=보통 반도체를 만들려면 300가지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학에서 이런 공정에 필요한 설비를 일일이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흔히 대졸 신입사원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현장 적응능력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가용자금이 넉넉치 않아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고가장비를 갖출 형편이 못된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기부를 통해 이런 고가 장비를 갖추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안은 보다 활발한 산학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창경 한양공대 교수는 “이공계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기업이 학생들로 하여금 현장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ㆍ산업기술재단 공동기획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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