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화물연대가 주도한 파업으로 경제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물류가 일순간에 멈춰선 적이 있다. 또 유가급등으로 올 상반기 수출물류비가 지난해 동기 대비 26%나 올라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물류는 개별기업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대해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다. 물류는 상품의 이동과 관련된 모든 활동으로 정의되는데 크게 수송ㆍ보관ㆍ하역ㆍ포장ㆍ물류정보ㆍ일반관리 등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따라서 물류비와 관련된 통계도 이들 여섯 가지 기준에 따라 계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류비를 따질 때 유의할 것은 재고비용이다. 수송ㆍ하역ㆍ포장ㆍ물류정보 그리고 일반관리 비용의 경우는 재고와 관련이 없는 직접비용으로만 구성돼 집계와 계산이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보관에 있어서는 직접비인 창고의 사용료뿐 아니라 간접비인 재고비용이 관여된다. 재고비용은 재고발생으로 인한 생산자의 재정적 손실을 뜻하는 ‘재고유지비용’과 보관 상태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의미하는 ‘재고위험비용’으로 구성되는데 때로 물류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물류비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07년에 500개 제조업 및 도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물류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매출액 대비 물류비 지출 비중이 한국은 9.7%인 반면 미국은 7.5%, 일본은 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물류와 물류비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특히 1990년대 중반 급격한 물류비용 증가로 정부는 다양한 해결방안 찾기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중심이 돼 국가적인 물류비 추계에 돌입했다. 현재 국가물류비와 관련해 가장 포괄적인 통계자료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하는 ‘국가물류비 산정 및 추이 분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철도청ㆍ한국도로공사ㆍ대한상공회의소 등 여러 기관에서 집계한 자료와 자체적으로 추정한 통계치 등을 활용해 국가물류비 산정 및 추이 분석을 제작한다. 가장 최근의 발표자료는 2007년 12월 말에 발간된 ‘2005년 국가물류비 산정 및 추이 분석’ 보고서다. 2005년 국가물류비 산정 및 추이 분석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물류비에 대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첫째, 2005년에 물류활동에 소요된 비용은 총 101조190억원으로 2004년의 92조4,590억원보다 9.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둘째, 물류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5%로 2004년의 11.8%에 비해 0.7% 증가했다. 셋째, 국제물류활동으로 인한 비용이 전체 물류비에서 차지하는 몫이 2000년 18.1%에서 2004년 25.0%, 2005년 23.2%로 최근 들어 20%대를 상회하고 있다. 넷째, 2005년의 국내 물류비를 부문별로 살펴봤을 때 수송비가 76조9,570억원으로 76.1%, 보관비가 16조8,890억원으로 16.7%를 차지해 모두 합쳐 전체의 92.8%에 달했다. 2003년에 나온 IMD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류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 14.5%, 인도 14.0%, 일본 10.5%, 프랑스 11.7%, 독일 11.8%, 캐나다 11.8%, 미국 8.7% 등으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것을 보여준다. 선진국들의 잘 갖춰진 도로ㆍ철도 등의 사회간접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개선도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GDP 대비 물류비 비중을 1980년 16.6%에서 1998년 10.6%로 대폭 낮출 수 있었던 근거로 레이건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실시된 대폭적인 화물운송규제 철폐가 거론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물류비 축소를 위해 정부가 무엇을 시급하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규제철폐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정비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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