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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성공한 기업인의 조건


몇 해 전 송년회 때 일이다. 필자는 한 직원에게 “내가 성공한 기업인인가”라고 물었다. 그 직원은 “성공한 기업인 맞다”고 답했다. 필자는 다시 “그럼 자네는 성공했는가”라고 물었고 직원은 “저는 아니다”고 했다. 필자는 그래서 “그럼 나도 성공한 기업인이 아니다”고 했다.

사람마다 성공의 의미는 다르다. 성공의 영역과 범위도 다르다. 돈을 많이 벌거나 꿈을 이룬 것을 성공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마음과 몸이 편안한 상태를 성공한 삶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성공을 물질적인 것과 연관지어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공은 그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살아가는 삶의 희망이 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성공하기 위해, 각자 정의한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 얘기한다.

기업ㆍ기업인 성패는 직원들에 달려

필자에게 성공은 특별하다. 아무 것도 없던 사람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는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꿈을 꾸는 것, 희망을 품는 것이 곧 성공한 삶이었다. 성공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지금의 자리까지 와 있다. 열정 하나밖에 없던 내가 이 자리에까지 왔으니 개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업인인 지금 성공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그 범위도 다르다. 나의 성장만이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그리고 한 기업의 가장으로서 지녀야 할 책무도 있다. 나와 더불어 사는 사람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는 나의 가족ㆍ직원ㆍ이웃 그리고 국가가 각자 정의한 성공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미력하지만 사회적 책무로 성공한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며 잰걸음을 걷기도 했다. 저출산으로 국가경쟁력이 염려스러워 출산장려 캠페인을 벌였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신청만 하고 둘째 아이를 낳으면 100일치 기저귀를,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200만원을 주는 캠페인이다. 지금까지 총 6억원의 출산장려기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신청해놓고 혜택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람을 위해 다시 기금을 만들고 1억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이 캠페인이 사회적 문제인 저출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기업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뿐이다.

필자에게는 함께 일하는 직원도 성공의 범위 안에 든다. 송년회 때 내게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했던 직원에게 필자는 “나는 성공한 기업인이 아니다. 자네가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내가 어찌 성공한 기업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네가 ‘제 삶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나 역시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줬다.



인생의 큰 성공도, 큰 실패도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 온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를 높게 세우는 사람도 위대하게 만드는 사람도 모두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같은 의미로 기업의 성공도 실패도 직원에서 비롯되며 회사를 높게 세우는 사람도, 위대하게 만드는 사람도 직원들이다. 나를 성공한 기업인으로 만드는 사람도 결국은 내 직원인 것이다.

직원 행복ㆍ성공 돕는 게 CEO 책무

그래서 직원들이 빨리 잘 살게 해주고 싶다는 열망으로 사내 복지에 힘을 싣는다. 한 기업의 가장으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자존심이기도 하다. 직원은 기업인인 나와 가장 가까이 지내면서 한 뜻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직원들 때문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기쁘다가도 직원들이 내 마음 같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직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직원을 경영파트너라고 한다. 천호식품 직원들 명함에는 이름 앞에 ‘최고경영자(CEO) 경영파트너’라고 새겨져 있다.

경영파트너인 직원들이 성공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자가 생각하는 성공한 기업인의 조건이다. 직원들은 저축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집도 구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자녀 육아ㆍ교육 걱정도 많다. 그래서 아직 덜 행복하다. 이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조금은 도움이 되고 싶다. 아직 덜 행복한 우리 직원들, 그래서 나는 아직 성공한 기업인이 아니다. 빨리 성공한 기업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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