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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강추위와 최근 내린 폭설로 농산물 가격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정부의 노력이 날씨 탓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30일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이날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상추 4㎏ 상(上)품 가격은 하루 만에 70%가 뛴 9,406원에 거래됐다. 같은 무게의 시금치 역시 37.4% 오른 8,898원에 팔렸다. 일부 채소 가격의 하루 단위 등락폭이 평소에도 심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가격 오름세는 이미 한 달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상추는 한 달 전보다 무려 113.3%나 올랐고 시금치는 당장 일 주일 전보다 47% 비싸졌다. 김장철이 마무리돼 수요가 줄어든 배추 값(1만829원)도 10㎏ 상품의 가격이 오히려 한 달 전보다 42%, 1주 전보다는 9%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 달 새 값이 48% 빠지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 보였던 무 18㎏ 상품 가격도 한 주일 만에 15% 뛰었다. 배추 못지않게 올해 폭등세를 이어갔던 양배추 값도 1년 전 가격의 177%나 되는 9,145원으로 1주일 전보다는 35%, 하루 만에는 4% 올랐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 24일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5.1도로 3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이는 등 현재까지 이어진 강추위가 농산물 도매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추위로 채소 산지 작업여건이 나빠져 재배와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폭설로 수확은 물론 배송마저 지연돼 농산물 도매가가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 하나로클럽의 한 관계자는 "배추 등 노지 채소의 경우 눈이 오면 일단 쌓인 후 녹아 땅이 굳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수확이 가능하다"며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엽채류도 난방비 상승 부담에 눈으로 인한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도매가 상승은 조만간 대형마트 등의 소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한파가 다음달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 초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영채 농협중앙회 차장은 "1월 중하순까지 기상악화가 이어지면 채소 저장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경우 올해 초와 같은 신선식품 물가폭등 현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는 한파 등의 영향으로 내년 1ㆍ4분기 배추 출하량이 평년보다 21.4~30.7% 감소해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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