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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람 자르고 기다리면 살 길 열리나


지난 8월 한 증권사가 직원들에게 돌린 설문을 보고 놀랐다. '임금 20% 삭감, 인원 20% 감축, 임금 10% 삭감 및 인원 10% 감축 중에서 선택을 하라'는 설문이었다. 사람을 20% 자르면 일은 누가 할까. 임금을 20% 줄이면 생계를 이을 수 있을까.

3개월이 흐른 지난달 이 증권사는 전체 직원의 25%를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묻기는 20% 감축이었는데 결론은 25%로 더 커졌다. 같이 일하던 사람 4명 중 1명이 빠지면 어떤 일을 제대로, 제때 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을 자르고 임금을 깎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는 어렵다. 여의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쉽다. 인건비를 줄이면 그 효과가 재무제표에 바로 반영된다. 일은 쉽고 효과는 눈에 띄니 많은 증권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전체 62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4만1,223명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578명이 업계를 떠났다. 구조조정 대열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도 참가하고 있다.

증권사 인력 구조조정은 그만

구조조정을 열심히 했는데도 적자를 내는 곳이 수두룩한 이유가 궁금하다. 더 궁금한 것은 내년이다. 내년에도 증시는 침체하고 개인투자자는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또 구조조정을 할 건가. 4명 중에서 1명이 빠졌는데 거기서 또 1명이 나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삭감이나 감축은 할 만큼 했다. 투입하고 보충해 돈 벌 궁리를 할 때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정부의 자본시장 역동성 계획에 대한 증권사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주식 직접투자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주식·채권 투자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연금자산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9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은 72조284억원이다. 확정급여형이 5조6,156억원(70.3%), 확정기여형이 14조9,601억원(20.8%)이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한도가 적립금의 10%로만 정해져도 1조5,000억원의 자금이 신규로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 확정급여형은 현재 규정상으로도 적립금의 30%까지 상장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9월 말 현재 직접투자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증권사에는 이 시장이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주식 관련 신규 상품을 개발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지 가입자가 직접 주식투자를 함으로써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부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사 반응이다.



아이디어를 내 상품을 만들고 현장을 발로 뛰어다녀 은행과 보험사에 빼앗긴 퇴직연금 시장을 찾아올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주식거래가 늘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 분야가 퇴직연금 시장뿐일까. "장기세제혜택펀드는 젊은이에게도 필요하지만 증권사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죠. 진짜 열심히 뛰어 도입되도록 해야 되는데 정작 증권사 사장들은 심드렁한 표정이어서 놀랐습니다."

CEO 생각부터 바꿔야 시장 발전

얼마 전 만난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세제혜택펀드가 아직도 국회에서 표류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거론했다.

"장기세제혜택펀드는 은행으로 치면 5,000만원 한도로 원금을 보장해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다. 이걸 기본 먹거리로 해서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런데 제도 설명을 위해 사장님들을 뵙자고 했더니 62개 증권사 중에서 몇 분이 나왔다."

한 증권사 CEO에게 물었다. "코스피는 올라가도 주식거래는 늘지 않는데 복안이 있나" "조금만 더 기다리면 주식거래가 늘 것이다. 걱정마라."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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