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울산 등 일부 지방 아파트 가격이 뛰고 건설 관련 통계도 개선되고 있지만 지방 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썰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수주액이나 허가면적은 증가했지만 그만큼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어 지방업체의 경영난도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지방경제동향’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건설수주액은 올 3ㆍ4분기 20조1,2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9.1% 늘어나 4분기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건축허가면적은 무려 73.5%, 건축착공면적도 8.4% 늘었다. 한은은 “건설 관련 통계는 경기선행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앞으로 지방 건설활동이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강원 지역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복구공사로, 대구ㆍ경북은 기존에 확보한 공사물량에 힘입어 건설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경기와 울산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 올 10월 지방의 주택 및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도 전월 대비 각각 1.0%, 1.3%를 기록했다. 지난 2004년 1월 조사 이래 최고치다. 한은은 “9월 중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소 높게 오른 뒤 10월 들어 경기ㆍ울산에서 2~3%의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지표 호전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지방업계의 하소연이다. 지방의 주택 건설실적은 1ㆍ4분기 7만6,806가구, 2ㆍ4분기 8만6,655가구, 3ㆍ4분기 11만4,413가구로 늘었지만 미분양 아파트도 같은 기간 5만2,969가구, 6만3,996가구, 7만593가구(8월 말 현재)로 급증하는 추세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어 팔리지도 않는 아파트를 짓고 있다는 얘기다. 또 10월 지방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았지만 이는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으로 대다수 지방업체의 사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한은 지역본부가 현지 주요 건설업체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 지역 건설업체는 앞으로 건설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서울과 지방의 건설업체간 양극화가 중소기업 비중이 큰 지방 건설업체들의 경영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체감경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설활동이 양호한 편인 대구ㆍ경북 업체들도 건설경기 둔화를 예상하고 있었으며 경기 지역도 전반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한편 지방의 제조업 생산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양호하거나 점차 개선되는 양상이며 서비스업황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는 3ㆍ4분기 중 꾸준히 증가했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의 기업들은 4ㆍ4분기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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