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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4월 22일] 환율시장 개입 有感

원화환율의 움직임이 격세지감이다. 지금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000원선을 넘나들며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몇 개월 전 까지만 해도 달러당 900원선 밑으로 떨어지느냐 마느냐에 시장의 온 관심이 쏠릴 정도로 원화강세 압력이 비등했다. 이처럼 원화강세가 기세등등할 때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화가치가 경제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절상압력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는 점을 지적하고는 했다. 당시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절상압력을 받은 데는 조선업체를 비롯한 수출기업들이 열성적으로 환위험 헤지에 몰두한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선업체들이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대규모로 매도한 것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훌륭한 전략일 수 있지만 이들의 전략이 원화가치를 상승시키고 이것이 다시 환위험 헤지 수요를 확대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면서 경제 전체로 볼 때는 피할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 조선업체들은 왜 그렇게 열성적으로 환위험 헤지에 나섰을까. 그 이유를 찾아 들어가면 지난 2003~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화환율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응해 정책당국은 달러당 1,100원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대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그리고 많은 수출기업들은 정책당국의 의지에 기대어 환위험 헤지를 하지 않은 채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원화환율은 결국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기업들은 커다란 환손실을 보게 됐다. 이런 쓰라린 경험을 겪은 기업들이 철저하게 환위험을 헤지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결국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정책 당국의 시장개입 효과는 희석됐고 원화강세는 더욱 심화됐다. 그런데 최근 뒤늦게 원화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원화환율 상승은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고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시장에서 해외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 원인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원화환율 상승에 정책 당국의 정책의지도 상당 부분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당국은 높은 원화환율을 선호한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원화환율이 너무 낮게 유지됐다는 불만의 표출이기도 하고 수출촉진을 통해 경기진작을 해야겠다는 의중도 담긴 듯하다. 하지만 앞서 예에서 보듯 정책당국의 지나친 시장개입은 항상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가져왔음을 과거의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환율의 인위적인 방향성 개입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장기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외환시장의 불안정성만을 높이고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부작용을 낳고 만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작금의 환율상승이 시점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 부담스럽다. 아쉽게도 물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환율하락 압력이 크다가 하필 물가가 크게 오르는 시점에서 환율이 상승해 물가와 환율 사이에 계속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은 상황이어서 환율상승은 더욱 부담스럽다. 경기진작 효과와 관련해서는 환율상승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효과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환율의 수출 파급효과가 과거에 비해 많이 무뎌진 반면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이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내수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이런 복잡한 계산들이 아니더라도 환율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두고 외환시장 개입은 시장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최소한의 개입에 그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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