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계속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부양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거래소는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6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62% 늘었고 취득금액은 1,345억원으로 76.74%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자사주를 처분한 회사 수는 지난해보다 26.32% 줄었고, 처분금액은 3.29%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자기주식 취득건수가 2008년보다 70.5%, 취득금액은 85.3%나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들어 자사주 취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이 늘어난 것은 증시가 박스권을 맴돌면서 주가부양에 대한 욕구가 커진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사주를 직접 또는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기업 가운데 금액 기준 상위 20개 회사가 주식 매입 목적으로 ‘주가안정’을 꼽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의 코스닥 지수는 330선에서 500선까지 상승하는 국면이었지만 올해는 500선 주변에서 맴돌고 있어서 기업으로서는 주가를 부양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반기에 8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한 한국토지신탁의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아 주가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자사주 매입 러시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업 자신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것은 앞으로 실적에 대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전체 상장주식의 4.8% 규모인 44만주를 매입한 네오티스의 한 관계자는 “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회사의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여유자금으로 신규사업을 벌이지 않고 자사주를 사게 되면 성장전략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도 “자사주 취득을 하면 장기적으로는 유통 주식이 줄어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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