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의 '위장 중소기업' 논란의 장본인인 팀스가 무서운 식욕을 과시하며 학교용 가구조달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올 들어 두 달도 안 돼 조달청과 400억원 가까운 계약을 맺었다.
반면 한 영세 가구업체 대표는 최근 생활고로 목숨을 끊었다. 10명 남짓한 외국인노동자들과 의자를 만든 그는 조달영업을 하는 중소 가구업체들에 납품하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파국을 맞았다.
중소 가구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죽음을 두고 "퍼시스 등 일부 대기업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영세업체들의 목을 죄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한 중소 가구업체 관계자는 "퍼시스와 팀스는 기본적으로 하청 비중까지 낮아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진다고 이를 반겨줄 영세업체들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6일 조달청 나라장터 조달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팀스는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조달청과 총 397억6,071만5,000원 규모의 조달계약을 맺었다. 조달청과 가구업계에서 추정하는 지난해 전체 가구조달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 수준. 단 두 달 만에 홀로 연간 시장 규모의 10% 수준을 거머쥐었다.
팀스는 퍼시스가 올해부터 대기업으로 분류돼 조달 참여 자격을 잃게 되자 2010년 조달시장 잔류를 위해 분할ㆍ설립한 회사다. 이 때문에 중소 가구업계는 "팀스 분할은 꼼수"라며 강력 반발해왔다. 이를 파악한 정부가 팀스의 진입을 막는 '중소기업 판로지원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이 법은 총선에 정신 팔린 국회 안에서 잠자고 있다.
팀스는 벌써 지난해 퍼시스 조달매출(942억6,549만6,430원)의 42.18%를 확보했다. 다만 계약실적과 실제 매출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퍼시스가 지난해 3월까지 계약물량이 398만3,700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팀스의 움직임은 이례적으로 빠르다.
이에 대해 퍼시스 측은 "품질이 독보적으로 좋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팀스가 조달시장에서 사라진다 해도 어차피 조달물량이 영세업체보다는 나머지 상위업체들에 돌아갈 것이며 좋은 제품의 공급을 억지로 막는 행위는 시장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 가구업체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퍼시스의 항변과는 달리 조달시장에서의 성패는 품질보다는 영업력에 따라 철저히 좌우된다는 것. 또 지난해 가구조달시장 상위 2~4위 업체의 매출실적을 모두 더해도 퍼시스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아 팀스가 영세업체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팀스의 독식으로 중소기업 전용 조달시장을 빼앗긴 중소 가구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학교 조달용 책걸상을 제조해온 B 사장은 최근 팀스 등 선두업체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데 대해 "책걸상 부문에서는 팀스가 올해에만 벌써 전체의 15.5%의 물량을 납품했는데 그들이 전국 영업망을 활용하면서 15명 미만이 대부분인 나머지 업체들은 지방 영업은 꿈도 못 꾸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책걸상은 공정이 단순해 영세업체 제품의 품질이 특별히 떨어지지 않는데 큰 기업의 영업력과 자본력 앞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도 했다.
B 사장은 현재 사업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는 "사업을 오래 해왔지만 지난해와 올해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은 적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경기도에서 10명 미만의 직원과 함께 사무용 칸막이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C 사장은 최근 2~3년간 조달비중을 크게 줄였다. 사업 초기만 해도 조달 납품을 꽤 했으나 관공서에 사무용 가구를 세트째 판매하는 거대기업과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C 사장은 "우리 회사는 전력을 다해도 1년에 조달 납품을 2억~3억원 하기도 힘든데 1,000억원씩 하는 회사랑 경쟁이 되겠느냐"며 "안 그래도 경쟁이 힘든데 대기업들이 조달시장을 졸업할 때가 됐음에도 남아 있으니 영세업체로서는 조달 참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팀스의 등장에 반발해 구성된 가구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극심한 양극화 때문에 현재 영세기업 절반은 사실상 빚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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