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2017년까지 금리를 자유화하고 2020년까지 위안화 자본계정을 개방하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이는 다음달 7~8일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의 위안화 절상 및 외환시장 개방 압력을 선제적으로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중국이 이처럼 본격적으로 금융ㆍ통화시장을 개방할 경우 중국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천위루 인민대 총장은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 세미나에 참석해 '금리와 위안화 자본계정 개방 로드맵'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금리를 2017년까지 자유화하고 2020년까지 위안화 자본계정을 개방할 방침이다.
중국이 금융ㆍ외환 자유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원도 24일 위안화 자본계정 개방을 포함한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 계획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중국은 중앙은행이 대출 및 예금금리의 벤치마크를 제시, 시중 금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위안화의 자유태환 역시 무역거래에만 한정돼 있다. 자본계정을 개방해 금융자유화를 실현하려면 먼저 금리가 자유화돼야 차익거래를 바라는 국제 투자가들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금융ㆍ외환개혁이 현실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가계의 금융자산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소비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높아지는 등 중국경제 체질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또 미국경제 역시 중국의 가격 재조정 효과로 제조업의 자국 복귀가 속도를 내고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줄어드는 등 '글로벌 임밸런스(imbalanceㆍ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청사진이 아직은 정치ㆍ외교적 립서비스에 가까워 실제 현실화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과 7월 미중 전략경제대화,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경제전망 발표 등을 앞두고 미국 등의 예봉을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 금융감독 당국이나 관행들도 시장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천 총장 역시 "개혁을 계속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너무 빠르게 진행하면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금리자유화에 앞서 2015년까지 예금계좌의 이자율 보호장치를 마련해 급작스러운 금리변동에 따른 충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금융자율화 계획은 정치적 메시지로는 최상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위안화 절상 압박이 거센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인민은행이 추가 조치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무역가중치 기준으로는 상승폭이 지난해 9월 이후 무려 7.3%에 달한다. 미국ㆍ유럽 등의 '핫머니'가 유입되며 올 1~4월 중국 은행들이 구매한 외환만도 1조5,000억위안(2400억달러)이나 된다. 이전 4개월간의 총구매액은 2,130억위안에 불과했다. WSJ는 "중국의 개방속도에 앞서 국제시장은 중국 내수 금융시장의 체질개선에 더 주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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