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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간 밥그릇 싸움에… 중견기업국 신설 삐걱

"해양 빼라" 국토부 제동에 지경부 조직개편 작업<br>이르면 내달에야 가능… 육성책도 덩달아 미뤄져<br>대통령 직접 지시 불구 "레임덕 조장" 비난 고조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지식경제부 내에 신설하려던 중견기업국이 부처 간 갈등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 지경부 내 중견기업국이 출범하려던 계획은 해양 분야 중견기업의 관할권을 잃게 된 국토개발부의 반발로 이르면 다음달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견기업 종합 육성대책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사정이 이렇자 불과 두 달 전 이명박 대통령이 중견기업국 운영을 직접 지시했음에도 행정부가 부처 이기주의를 앞세워 레임덕을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중견기업 전담 지원조직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관련 국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해양 부문 중견기업 지원 업무를 신설되는 지경부 중견기업국에 넘겨주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견기업국 신설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중견기업국이 모든 업종의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몽니'에 난감해하고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법 공포를 위해서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번주 중 차관회의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양 부처 간 조율이 안 되고 있어 중견기업국 신설이 늦어지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이처럼 국토부가 중견기업국 신설과 관련, 까다로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는 해양사업을 둘러싼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작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해양영토개발과를 해양영토과와 해양신성장개발과로 이원화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해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 해양신성장개발과가 해양장비 및 해양플랜트 개발에 관한 사항을 맡는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주력산업국 내에 엔지니어링플랜트팀이 있는 지경부는 플랜트 부분을 삭제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고 여기에 맞대응하듯 국토부가 중견기업국 신설에 '해양' 부문을 빼달라며 딴죽을 걸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준비 작업이 끝났음에도 논리 문제가 아닌 부처 간 제 몫 챙기기로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중견기업국 설치를 위한 내부 작업을 마무리한 지경부로서는 국토부의 반발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경부는 중견기업국 신임 국장으로 방위사업청에 파견 나간 문승욱(행시33회) 한국형헬기개발사업단 민군협력부장을 내정한 상태다. 산업경제실 중견기업국 내에는 중견기업정책과ㆍ혁신지원과ㆍ성장촉진과 등 3개과가 신설되고 기존의 기업협력과와 지역투자과를 없애는 조직개편 그림을 마쳤다.

조직 신설보다 더 큰 문제는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이게 된 중견기업 종합대책이다. 중견기업국 출범이 늦춰지면서 중견기업 수를 오는 2015년까지 3,000개로 늘리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 세제지원을 비롯해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비중을 높이고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정부의 진흥 노력이 부처 간 다툼에 묻히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기대감을 높였던 중견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견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드디어 정부가 나선다고 기대했는데 초기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면 정권 말기에 제대로 된 지원책이나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중견기업이 도약하려면 시장과 기술이 접목된 추가적인 모멘텀이 필요한데 이를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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