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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계약 줄고… 단발계약 급증

"재고 줄이자" 기업들 금융위기 이후 거래패턴 바뀌어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전자부품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한때 50%에 머무르던 공장 가동률이 80%까지 높아졌지만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원청업체들이 지난해와 달리 재고 부담을 줄이겠다며 필요량만 수시로 주문하는 바람에 일감이 들쭉날쭉해져 언제 다시 기계가 멈춰설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1년짜리 장기계약을 크게 줄이는 대신 소량 스폿 주문을 늘리고 납기기간도 1~2개월의 초단기 계약을 선호하는 등 거래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불투명한 국내외 경영환경을 반영해 보수적인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제품 사이클마저 갈수록 짧아지면서 기업들도 보다 탄력적인 생산체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업 간 거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발성 거래 급증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연초 발표한 생산계획에 따라 1년치를 미리 주문하거나 장기 생산계획을 협력업체와 공유하던 대기업들은 재고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시장상황에 따라 아이템별로 단기 스폿 물량 위주로 주문방식을 바꾸고 있다. 휴대폰 업계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모기업과 협력사 간의 1년6개월짜리 장기공급 계약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몇달 만에 단종되는 제품이 늘어나면서 불과 3개월 만에 당초 예정됐던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LCD장비 업체도 통상 1년치 물량을 일년 전부터 미리 주문하던 관행이 사라지는 바람에 현재로서는 내년 1ㆍ4분기 이후 일감이 전혀 없어 공장을 그냥 놀려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갑자기 설비 증설을 진행하는 등 생산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8세대 장비를 모두 납품하고 나면 추가 발주가 있을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이나 중국 등에 정밀공구를 수출하는 기원산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연간 단위 계약물량이 10% 수준으로 확 줄어들었다. 장기 거래처마저 분기별로 계약을 맺자고 요구해와 어쩔 수 없이 들어주는 바람에 2~3개월짜리 물량이 늘어났으며 그나마 개당 3,000만원짜리 고가제품의 경우 인도를 차일피일 미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류나 편직 등 섬유업계도 올 들어 매출은 20~30% 정도 늘어났지만 수시로 들어오는 바이어의 주문사항 변경 요구에 애를 태우고 있다. 바이어들은 초기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확정하지 않고 계약체결 이후 판매실적을 감안해 수량이나 색상ㆍ디자인 등을 수시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운송비 부담과 통관료를 줄이겠다면 묶음배송을 원하는 바이어들도 부쩍 늘어났으며 대금지급을 늦추기 위해 결제방식도 신용장이 아니라 특정기간별로 지급하는 오픈어카운트(OA) 방식으로 바꾸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기업들이 보수화되고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투자 위주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기업들도 기존 제품 라인을 늘리고 기술 및 제품 차별화를 통해 매출처 다변화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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