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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새 성장엔진 찾는다] <4·끝> 산·관·학 생태계를 바꿔라

"전시성 행사 그만"… 맞춤정책·현장중심 스피드 지원을<br>사업 초기엔 대대적 稅·자금지원등 성장 단계별 적합한 인센티브 제공<br>협력범위 세분화·정기평가제 도입… 실질적 '결과' 나오도록 유도해야


#1. 미국 캘리포니아. 이 지역은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발전용 연료전지의 천국이다. 미국은 지난 2003년부터 정부ㆍ기업ㆍ학계가 참여해 17억달러가 투입되는 연료전지 개발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2000년부터 주정부가 주관하는 자가발전 주도프로그램(SGIPㆍSelf Generation Initiative Program)을 도입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SGIP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전력사용량에 따라 사용금액의 25~10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 초기에 높은 투자비용 때문에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는 연료전지 개발 기업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시장을 만들어준 것이다. #2. 대한민국 서울. 정부는 지난해가 돼서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22개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선정했다. 오는 2018년까지 연료전지 시장의 40%를 점유해 총 28만명의 신규일자리까지 창출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 탓에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2006년부터 도입한 발전차액지원 보조금은 향후 15년간 매년 3%씩 줄어들 예정이다. 2006년 이후 발전소재로 쓰이는 LNG 가격은 무려 83%나 상승했지만 정부의 지원은 전무하다.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살 수가 없고 소비자들이 구입하지 않으니 기업들은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광맥으로 부상하는 신사업을 우리가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산업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찾아 개발하는 등 전시성 위주로 운영되는 현재의 산ㆍ관ㆍ학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 단계별 '맞춤 정책' 세워야=미국은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의 선두 국가다. UTC파워ㆍFCE 등은 상업화에 성공해 미국 전역에 70개 이상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보급했다. 최근에는 한국ㆍ일본ㆍ유럽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에 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연료전지시장 경쟁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발전용 연료전지 산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장기적 로드맵 수립과 더불어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2003년부터 국토에너지부 산하에 GEㆍ지멘스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차세대 에너지 개발팀을 구성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 투자기업에는 다양한 세제혜택도 주고 캘리포니아 등 각 주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초기시장 형성을 위해 직접적인 자금지원에 나선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시장이 정착되면 의무비율할당제(발전사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의무화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단계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영 딴판이다.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해당 기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있던 지원도 갈수록 폭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시장창출의 몫이 완전히 기업에 넘어간 상황이다. 산업별 발전단계에 적합한 '맞춤 정책'은 꿈도 꾸지 못할 판이다. 세계적인 연료전지 회사인 FCE의 벤 토비 마케팅 부사장은 "시장 초기 단계인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가 기존 화력발전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다 많은 기술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도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가능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중심의 스피드 지원체계 구축해야=미국 국무부는 최근 '태양에너지 프로젝트 촉진계획'을 발표했다. 서부를 태양에너지 발전의 메카로 만든다는 것으로 연방정부 부지에 태양에너지 구역 설정과 함께 태양에너지 개발 승인기관 설립 및 신속한 토지임대신청 절차 등을 담았다. 태양에너지 프로젝트 촉진계획의 핵심은 '스피드'다. 미국 전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태양에너지 개발사업이 보다 신속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부지 선정에서부터 토지임대ㆍ사업승인 등 행정절차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신성장동력은 전세계가 거의 동시에 뛰어들어 무한경쟁을 펼치는 시장이다. 행정 중심의 답답한 절차를 금지옥엽처럼 붙잡고 있다가는 눈 깜짝할 새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빠르게 개발하고 적용하는 신속한 정부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 산업이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산업현황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려면 공무원들이 사무실을 박차고 현장에 나가 실제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귀담아듣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품화에서 자금지원에 이르기까지 각 산업주체들의 피부에 와 닿는 창조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ㆍ관ㆍ학의 순환생태계 세워라=개발 독재시대를 겪은 우리나라는 유독 정부 중심의 산업개발이 많았다. 하지만 1970~1980년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공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정부나 기업, 심지어 학계마저 외부에 보여지는 전시성 행사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정부의 인기도를 올리거나 교수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산ㆍ관ㆍ학 연계를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산ㆍ관ㆍ학이 협력한다고 해서 가보면 좋은 자리 차지하고 사진 찍기 바쁘지 실질적인 지원대책이나 협력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도 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교수들의 인기 높이기에 기업이 동원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산ㆍ관ㆍ학의 생태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협력범위를 세분화하고 정기적인 평가시스템 등을 도입해 협력의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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