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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황하·인더스 문명의 부활


상성(商聖). 중국인들이 이렇게 추앙하는 청나라 대거상(大巨商) 호설암이 남긴 말은 ‘타고난’ 장사꾼 중국인들의 근성을 보여준다. “죽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빈손으로 재기할 수 있다.” 중국 상(商) 계보상 제일 큰 할아버지는 춘추전국시대를 상술로 휘어잡았던 범려. 그로 시작돼 호설암을 거쳐 지금 전세계 화상(華商)으로 상인종(商人種)의 맥은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 천재 통계학자 인도의 마할라노비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인도 초대 수상 네루는 서둘러 그를 찾았다. 숫자 0을 발견한 민족의 후예답게 그는 50년대 인도 경제를 ‘단 한 개’의 수학 공식으로 집약, 과학기술 신봉주의자 네루를 놀라게 했다. 이른바 마할라노비스 모델이다. 복잡한 사회 현상까지도 계수ㆍ공식화시킨 그의 수학적 천재성은 인도인들의 보편적 능력이 돼 지금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유대인들을 울리는 중국인의 상술과 컴퓨터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도인의 수리적 능력은 그들 유전 인자 속 암호화된 어떤 체계로 남아 글로벌 시대 생존의 원력(原力)이 되고 있다. ▦근세로 접어들며 망가지긴 했지만 고대 중국ㆍ인도 문명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찬란한 문명이었다. 중세를 거치며 내리막길을 걷던 양대 문명은 그래도 근세 초까지는 ‘망한 부자’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실제 1820년대까지만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경제의 3분의 1, 인도는 16%를 차지했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부국강병을 일궈낸 서구문명에 밀려 치욕의 식민 시대를 거치며 20세기 중반 중국의 세계 생산 점유율은 5%, 인도는 3%까지 추락한다. 끝없는 사회 혼란에 거듭된 집권층의 실정(失政)은 화려했던 과거를 이름으로만 남겼다. 양국의 재기는 그러나 지난 80~90년대 자본주의화와 더불어 신호탄이 오른다. 1980년~2003년 중국 경제 평균 성장률은 9.5%, 인도 5.7%. 중국 세계 1위, 인도는 9번째 성장 속도다. 중국과 인도의 드라마틱한 경제적 부활 속에 감춰진 요인에 대한 분석은 각양각색이다. 중국인들 피속에 흐르는 상인종(商人種), 그리고 인도인의 타고난 계수적 기질이 바탕이 된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 만이 다일까? 양국 정부가 폐쇄적 사회주의 경제 운용의 틀을 깨고 시장 경제 체제를 과감히 수용, 국민들의 잠재력을 효율적으로 끌어낸 게 결정적 계기다. ▦인도와 중국의 앞날은? 친디아의 공식 출범을 지난 수세기에 걸친 구미 서방에 의한 사실상의 식민지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것, 이른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역사가 끊어지고 있다고 말한 FT의 평가는 세계 인구 5명중 2명이 중국 아니면 인도인인 양국 시대가 이제 지구촌에서 제대로 열리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미 유수 이공계 대학에서 중국계 유학생은 넘쳐 나며 인도 IT 관련 대학 탈락자들이 오히려 미국으로 밀려 유학을 떠나는 일은 이제 눈앞 현실이다. 최근 도이치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나라는 인도로 오는 2020년이면 국내총생산이 일본을 제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다음 경제 규모가 중국과 인도가 되는 건 이제 시간 문제란 얘기다. 세계 문명이 아시아와 중동 및 아프리카 4대강 유역에서 서방으로, 다시 아시아로 그 무게 중심을 서서히 옮기며 세계 2대 문명의 극적 재기를 예고하고 있음이다. 이제 세계의 시선이 다다르기 시작한 곳은 중원의 황하를 지나 인도 반도, 바로 인더스 강가다. /hj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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