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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욕(我欲), 영토욕(領土欲)


일본 동북지방의 쓰나미와 원전방사능 누출사고 와중에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돌출적인 '천벌(天罰)' 발언이 나왔을 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 발언이 있기 직전에 국내에서는 한 저명한 목사가 '하느님을 멀리한 데 대한 벌'이라고 '천벌'과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해서 지탄 여론이 빗발치고 있었습니다. 나도 아무리 종교인이라지만 남의 나라 재난을 두고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위기때 군국주의 내세우는 일본 그런 때에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이 전해진 것입니다. 그는 일본에서도 잘 알려진 극우 인사입니다. 일제의 한국지배에 대해서도 결코 반성하지 않는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그는 그런 단단한 우익의 상표로 도쿄도지사를 12년째 하고 있고 오는 10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합니다. 그가 말한 천벌은 일본인의 '아욕(我欲)'에 대한 하늘의 벌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국가나 이웃보다 나의 물욕과 금전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일본인들을 깨우치려는 하늘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단결과 애국과 같은 군국주의적 가치를 함축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역시 극우 보수정치인다운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일본의 재난 직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국이 가장 빨리 구호의 손길을 내민 것에 흐뭇해했고 작은 금액으로나마 성금대열에 참여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사람 사이의 원한도 문상가면 풀린다"는 말이 있듯이 일본의 재난이 역사의 앙금으로 남아 있는 한·일 간에 축복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심 했습니다. 나아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일본 돕기에 나서고 '간바레 니혼(힘내라 일본)'을 외치는 것을 보면서 일본이 이번 재난을 통해서 섬나라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좋은 이웃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봤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은 먼저 가까운 이웃들과 사이가 좋아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나라는 한국, 그 다음이 중국과 러시아인데 이들 이웃과는 하나같이 영토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한·일 간에는 독도가, 중국과는 센카쿠열도가, 러시아와는 북방4도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중 지리적으로 일본 열도와 너무 가까이에 있고 역사적으로 일본 사람이 오랫동안 거주한 북방 4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 점은 러시아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나,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는 면적도 좁고 사람이 살 수 없는 바위섬으로, 역사적으로 일본의 영유권 주장 근거가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그 섬들의 경제적 군사적 가치를 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 가설에 불과하고, 오히려 영유욕을 합리화하려는 논리로 더 요란하게 이용되는 상황입니다. 일본이 우경화 바람을 타고 중학교 교과서의 독도 규정을 이전보다 더 강화했다고 합니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본 돕기 캠페인이 뜨거운 때에 불거져 우리의 배신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과서 문제는 쓰나미 훨씬 전에 결정된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2월27일 서울에서는 한일 기독교의원연맹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을 중단하라는 성명이 발표됐습니다. 이 회의에 일본 측 단장으로 참석한 민주당의 도히 유이치(土肥隆日)의원이 이 일로 인해서 귀국 후 중의원정치윤리위원장 직에서 쫓겨나고 끝내 탈당을 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이 암담한 일도 쓰나미 전의 일입니다. 眞意는 도쿄지사 선거에 달렸다 이번 쓰나미가 일본민족의 DNA를 하루아침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남긴 교훈 하나는 분명합니다. 일본이 재해로부터 지켜내야 할 땅은 본토만으로도 너무 넓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살 수도 없고, 영유권의 근거도 미약한 바위섬에 대한 영토욕(領土欲)은 역설적으로 이시하라 지사가 쓰나미가 쓸어내 주기를 바랐던 아욕의 핵심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이시하라 지사의 4선 여부를 쓰나미 이후 일본의 민심, 일본 정치의 방향에 대한 가늠자로 삼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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