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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은행을 향하여] <4> 삼박자를 갖춰라
입력2009-01-21 17:07:59
수정
2009.01.21 17:07:59
수익·건전·성장성 균형 맞춰야 '탄탄대로'<br>UBS, 수익만 좇아 위험관리는 뒷전 '부실 덩어리' 전락<br>씨티그룹도 BIS규제 악용해 자산 늘리다 생존까지 위협
[강한 은행을 향하여] 삼박자를 갖춰라
수익·건전·성장성 균형 맞춰야 '탄탄대로'UBS, 수익만 좇아 위험관리는 뒷전 '부실 덩어리' 전락씨티그룹도 BIS규제 악용해 자산 늘리다 생존까지 위협
홍수로 댐이 무너져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 듯, 넘쳐 나는 글로벌 유동성이 보다 높은 수익을 쫓아 국경과 허술한 감독시스템을 넘나들다가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를 따라가면 은행이 나온다. 그 속을 헤집고 들어가면 주주들의 이익을 챙겨줌으로써 자신의 몫을 키우려는 은행들의 ‘탐욕’과 만나게 된다.
세발 자전거는 앞 바퀴와 두 개의 뒷바퀴가 똑 같은 거리만큼 움직여야 앞으로 똑바로 나간다. 은행도 ‘성장성’이라는 앞 바퀴도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뒷바퀴가 똑같이 움직여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백 년 된 은행이라도 성장성과 수익성, 건전성이라는 삼박자의 균형을 잃으면 썩은 고목나무처럼 힘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브레이크(리스크 관리) 없는 차(성장)는 추락한다= UBS는 1747년 스위스에서 설립돼 개인자산 관리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이다. 자산규모로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으로 2005년 순익이 60억 달러에 달했다.
적지는 않지만 씨티그룹(93억 달러), 도이체 뱅크(90억 달러), 골드만삭스(88억 달러)와 비교하면 미흡했다. 2006년에는 순익이 62억 달러로 2억 달러 늘어나는 사이 도이체뱅크는 115억 달러, 씨티그룹은 105억 달러, 골드만삭스는 100억 달러로 차이를 더 벌렸다.
UBS는 어떤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성장하겠다는 전략과 순익 차이를 줄이기 위한 ‘미투(me too)’ 전략을 택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최고 리스크 관리자들을 위험관리 전문가가 아닌 판매 전문가들로 바꿨다. 주주들에게 배포한 투자보고서에 “투자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독립적이고 포괄적인 위험평가 절차를 밟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공언했다.
UBS는 수익을 향해 달려갔다.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가격보다 높게 채권을 발행하고, 팔 때는 낮게 매각했다. 자산운용 규모는 커졌다. 최고 경영자에서 말단 직원까지 매일 시장점유율과 순익 등을 놓고 회의를 벌였다. 임원들에게는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이사회는 수익의 질을 따지지 않았다. 경영진들이 어떤 투자를 하든 이익만 많이 내도록 했고, 그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줬다. 결국 고수익, 고위험의 서브프라임, CDO 관련상품에 투자를 늘리면서 헷징(위험회피)을 최소화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추구했다. 회사가 안고 있는 위험에 대한 평가는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았고, 내부적인 걸림돌(견제)은 없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UBS 키워놓은 자산은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다. 250년 역사의 UBS가 생존을 위협받으면서 지난해 12월 스위스 정부로부터 총 592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자기능력(자본적정성)을 초과하는 짐(자산)을 지면 쓰러진다= 규제를 하는 곳과 규제를 받는 곳은 쫓고 쫓기는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은행 자본적정성의 틀을 만드는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위원회는 80년대 선진은행들이 중남미에 대한 부실채권 증가로 시장의 안정성이 문제가 되자 1988년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기준을 설정했다.
금융환경이 급격하면서 기존 BIS비율로는 금융회사의 재무상태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바젤2를 도입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은행의 자체적인 내부통제와 관리, 감독당국의 점검과 시장규율에 더 큰 비중을 뒀다.
문제는 은행들이 자체적인 내부통제를 악용해 무리하게 자산을 키우면서 발생했다. 바젤1과 바젤2의 큰 차이점은 은행이 전체적으로 부동산에 얼마를 투자했느냐 보다 장부상 투자금액이 얼마냐를 따졌다. 부동산 등 위험자산을 장부에서 떼어내 유동화시키면 충당금 부담을 면제해 줬다. 장부상 부채는 50%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는데, 부외부채로 만들면 충당금 부담이 0%로 낮아지는 것이다.
은행들을 이 규정을 바젤1과 바젤2의 차익매수 기회로 받아들였다. 씨티그룹이 대표적인 경우다. 씨티는 바젤2 내부등급법을 적용 받으면서 충당금 부담을 3분의2 가량 낮췄다. 충당금 부담이 낮아진 만큼 자산을 더 늘렸다. 자본적정성을 벗어나 무리하게 위험자산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2007년말 씨티의 장부상 부동산은 3,135억 달러였지만, 유동화를 통해 갖고 있는 부동산은 6,009억 달러로 정확히 33%대 67%로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부외부채도 서브프라임의 후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4ㆍ4분기에도 83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5분기 연속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위기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월가에는 “당신이 땅콩(약간의 성과급)만 준다면 원숭이(막대한 순익)를 얻을 수 있다”는 철학이 만연해 있었다. 최고 경영자든 말단 직원이든 ‘보상’이라는 당근에 목 메여 ‘수익’만 쫓았다. 보너스는 이익이 많이 낼수록 많아졌다. 순익 증대와 경쟁자를 따라잡는 것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 리스크 관리를 외면했다. 200년된 씨티그룹도 순익을 쫓아 무리한 자산확대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아드리안 블런델-위그날 OECD 금융ㆍ기업 담당 국장은 “위기 자체는 독립적이지 않다”며 “은행들이 ‘성과급’이라는 유인책에 정책을 꼬고 비틀어 위기를 불러들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이병관차장(팀장), 서정명·우승호·문승관·김영필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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