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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울리는 MRO사업조정] <하> 오피스디포가 중소기업?

선무당식 규제로 외국계 기업만 배불려… 중기 살리기 공염불<br>매출 12조 미국 2대 사무업체 가맹점이 국내 조달 80% 차지<br>삼성계열서 비재벌 대기업된 IMK… 중기청 사업제한 벗어나 확장일로

연매출 12조원의 미국 대기업인 오피스디포가 한국에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지난해 조달청과 공공구매 계약을 맺는 등 MRO사업조정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미국 2대 사무용품업체인 오피스디포의 국내 매장 모습. /서울경제DB

대기업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체들이 중소 유통상을 위해 양보하고 떠난 자리를 외국계와 비재벌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어 과연 사업조정 효과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 유통상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제한했으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오피스디포, 아이마켓코리아(IMK) 등 외국계와 또 다른 대기업이 MRO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해 11월 미국계 사무용품 업체 오피스디포와 MRO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오피스디포는 조달청 전국 10개 권역 중 6개 권역에서 2년간 78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공공 MRO시장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기업MRO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에 따라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중소 유통상과 거래에 나섰으나 결국 중소MRO가 아닌 세계적인 사무용품 업체인 오피스디포가 최종 선정된 건 코미디에 가깝다. 오피스디포는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미국 대기업이다. 전 세계 60개국에 1,600여 개 매장을 보유했으며, 연매출이 12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오피스디포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미국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다. 분위기에 휩쓸려 정책을 바꾸다 보니 어부지리로 외국계 기업만 배불려 준 꼴이다. 국내 대기업은 역차별을 받고 중소유통상은 소외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조달청이 중소 유통상이 아닌 외국계 회사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IT시스템의 안전성, 구매와 물류의 효율성, 채권, 서비스 등 때문으로 관측된다.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되는 중소 유통상의 한계 탓에 대규모 조달시장에 참여시키기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이는 사업조정의 원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생뚱맞다는 게 중소업계의 시각이다. 중소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달청이 외국계 기업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계약을 맺고 나 몰라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업 조정으로 결국 남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오피스디포 외에 외국계 MRO기업 다수는 공구, 기계, 화학용품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국내 수입유통업자가 외국계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직접 매장을 세우기보다 총판 형식으로 기존 대리점들에 납품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얼마든지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중소기업으로 변신해 사업조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재벌그룹이 아닌 국내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해 제한받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 2011년 삼성그룹은 MRO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IMK 지분을 인터파크에 넘겼다. 이후 IMK는 대기업이 빠진 틈을 이용해 영업력을 강화했고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기는 등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결국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대기업 철수로 혜택을 받기는 커녕 비재벌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IMK가 삼성에 있을 때는 사업제한을 받았지만 인터파크로 넘어간 후 별다른 제한을 받고 있지 않다"며 "현재 대기업의 기준을 다시 정립하는 등 사업 제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된 문제라며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중소 MRO업체들이 글로벌 업체나 국내 비재벌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대기업MRO가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계열사의 모든 구매업무를 도맡는 것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아예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대기업 MRO에 대해 일정 부분 규제를 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 구매 컨설팅, 해외 경쟁력 등을 고려한다면 누가 더 MRO에 적합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끌어 내리기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중소 제조기업들의 영업망, 유통 판로 확대와 온라인 시장 구축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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