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의 新人脈] 중소·중견기업, 송종호씨가 中企 잇는 산파역… '한샘사단' 막강파워 자랑


宋이사장, 中企 목소리 대변 자처
김경배·김기문 회장과 서로 조언
유현오·신재호 대표와도 깊은 인연

한국도자기·에이스침대 血脈 바탕
독보적 영향력 과시… '名家' 우뚝

손동창·양영일·이수문·차동성씨 등
한샘 출신으로 가구·가전서 맹활약
서울대 공대 연극회원도 대거 포진
지난 2009년 여름 어느 날 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동네 슈퍼마켓. 야외 테이블에 슈퍼마켓 사장과 말쑥한 양복차림의 중년 남성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언뜻 보면 퇴근길 주민이 동네 슈퍼마켓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며 세상살이 얘기를 나누는 풍경처럼 보였다. 하지만 캔 음료수 한 잔씩을 앞에 두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두 남성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깊어가는 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대화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당시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을 지내고 있던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이었다. 그해 발의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의 기초를 닦는 작업은 그렇게 어느 동네 한 어귀에서 거창한 형식이나 격식 대신 '마음을 터놓는 대화'로 시작됐다. 흔히들 중소기업인을 '모래알'에 비유한다. 쉽게 흩어지고 결속력 또한 약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현재 국내 중소기업 수는 약 280만개,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1,000만명에 가깝다. 국민 5명 중 1명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업종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며 근무지도 전국에 흩어져 있다. 이들을 업종이나 학연 또는 지연 등 공통점을 찾아 줄을 세우고 무리를 짓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송종호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주변인맥과 한국도자기∙한샘∙에이스침대 등 중견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혈맥, 그리고 서울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학맥의 결속은 뚜렷하다. ◇중기(中企)벤처의 산파(産婆), 송종호 이사장=국내 중기 및 벤처 역사를 논할 때 송종호 이사장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가깝게는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 재임시절 직접 초안을 작성했던 SSM 규제법부터 멀게는 1990년대 후반 벤처기업육성정책법까지 중기와 벤처업계에 획을 긋는 주요 법안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법안에 반영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맺어온 인연이 그의 주요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2009년 발의된 SSM 규제법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송종호 이사장은 주로 김경배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김경배 회장과는 청와대 근처 설렁탕집이나 퇴근길 김경배 회장의 슈퍼마켓 등에서 대략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업계 의견과 현장 애로사항을 전해 들었다. 김경배 회장은 송종호 이사장이 중진공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업계 현안이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하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 송종호 이사장이 중소기업청 재직시절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과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 등 국내 '벤처 1세대'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샘 토론 속에 벤처기업육성법의 초안을 작성했다는 일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공직생활 전부를 중소기업을 위해 종사해오고 있는 송종호 이사장은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제닉의 유현오 대표이다. 송종호 이사장이 중기청에 재직하던 2003년 국내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던 유현오 대표가 송종호 이사장을 찾아온 것을 계기로 유현오 대표는 중기청의 미국 보스턴 사무소에 입주했다. 이후 제닉은 전세계 3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연간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송종호 이사장과 유현오 대표는 동향에다 대구 계성고 동문 사이였다. 그 인연을 계기로 현재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비접촉식 체온계를 생산하는 휴비딕의 신재호 사장과 바이오벤처기업인 파이온텍의 김태곤 대표, 히딩크 넥타이로 유명한 산업디자인 전문업체 누브티스의 이경순 대표도 송종호 이사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사실 이들 업체 대표들은 송종호 이사장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다만 송종호 이사장이 중진공 취임 이후 현장을 방문하다 해당 기업들의 제품들을 직접 구매, '국내 중기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대표 제품'으로 국내외 귀빈들에게 선물하며 자발적인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다. ◇명가(名家)의 원동력, 혈맥(血脈)=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족경영에 대한 재평가 분위기가 강하다.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중소 가족경영기업들의 활약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혈연을 기반으로 한 만큼 위기시에 보다 강한 응집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가족경영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혈맥을 바탕으로 업종 내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있다. 70년 가까운 역사와 전세계 5위 도자기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한국도자기는 국내 대표적인 가족경영기업이다.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김종호 회장의 장남으로 1959년 총무과장으로 회사에 입사한 뒤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냈다. 현재는 김동수 회장의 장남인 김영신 사장이 2005년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아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차남인 김영목씨는 2004년 한국도자기 특판사업부를 분사해 설립된 주방용품 전문브랜드인 한국도자기리빙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고 김종호 회장의 4남인 김성수 회장은 한국도자기 대표이사를 지내다 2005년 독립해 도자기 업체인 젠한국을 설립했다. 김성수 회장의 부인인 이현자씨 역시 한국도자기 디자인실장 출신으로 현재는 젠한국의 사장직을 맡고 있다. 도자기업계 만큼 오래된 업력을 지니고 있는 국내 가구산업 역시 가족경영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에이스침대는 1963년에 안유수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안유수 회장이 6∙25전쟁 당시 혈혈단신으로 남하해 미군 잡역부로 일하며 야전침대 위에서 구상했던 사업이 에이스침대의 모태이다. 현재는 안유수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대표가 2002년부터 에이스침대의 사령탑을 맡고 있으며 차남인 안정호 사장은 시몬스침대를 경영하고 있다. 안유수 회장은 2002년 에이스침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썰타침대를 이끌어오고 있다. 한샘은 가족경영과 현대적인 경영시스템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외환위기 이후 국내 최고의 가구업체로 성장한 회사다. 한샘은 조창걸 명예회장이 1970년 설립했다. 5남1녀 중 차남인 조창걸 회장을 도와 삼남인 조창식 전 한샘 사장이 설립에 참여했다. 조창식 전 사장은 1999년에 독립해 고급가구 전문업체인 한샘도무스를 설립, 현재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샘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주도하던 5남 조창환 회장은 2004년 수입가구 전문업체 더홈을 설립해 이끌어오고 있다. ◇중기의 파워인맥, '한샘사단'=중소기업계의 쟁쟁한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한샘을 거쳐 가구나 인테리어, 빌트인 가전 부문에서 맹활약 중인 이른바 한샘사단이 있다. 한샘의 창업주인 조창걸 회장은 한샘 출신들이 회사를 나가 창업할 경우 자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개인 돈을 출자해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또 퍼시스나 도무스처럼 지분 관계가 없는 독립 회사라도 사업 초기, 영업에 도움이 되도록 회사 이름에 '한샘'을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하며 한샘사단의 기반을 마련했다. 손동창 퍼시스 회장은 한샘에서 생산과장을 지내다 1970년대 말 싱크대 상판을 만드는 한샘산업을 설립해 독립한 '한샘 출신 1호 기업인'이다. 이후 회사를 사무용 가구업체로 전환한 것이 현재 사무용가구 전문업체 퍼시스의 시작이었다. 양영일 퍼시스 부회장은 한샘건축사사무소 직원 출신이다. 퍼시스 자회사인 학생용 의자업체 일룸의 경영을 맡다가 2002년 퍼시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수문 전 하츠 대표는 한샘에서 10년간 근무한 뒤 상무로 퇴직하고 1988년 레인지후드 전문업체인 하츠(옛 한강상사)를 창업했다. 2008년 하츠가 벽산 계열사로 편입되며 현재는 경영에서 물러나 있다. 차동성 쿠스한트 대표는 한샘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한샘 기기사업부를 분사시킨 한패상사의 사령탑 자리를 1997년부터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한패상사는 2004년 회사명을 현재의 쿠스한트로 변경했다. ◇청춘의 열정을 노래하는 CEO들, 서울대 인맥=머리가 희끗한 중년이라도 한때 청춘의 가슴을 달궜던 열정의 기억까지는 사그라지지 않는 법인가 보다. 중소기업계에는 학창시절 취미와 추억을 공유하던 경영자들이 수십년의 세월을 오롯이 관통하며 우정을 나누는 인맥이 있다. 서울대 공대 연극회와 서울대 ROTC 모임이 대표적이다. 이수문 전 대표와 양영일 부회장은 초∙중∙고교를 비롯해 서울대 건축공학과 선후배이다. 경기고 연극 동아리 '화동연우회'에서도 함께 활동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이다. 조창걸 한샘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17년째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양하 한샘 회장 역시 서울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이 세 사람 모두 서울대 공대 연극회에서 활동한 인연을 현재까지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과 '몽유도원도' 등을 제작한 국내 대표 공연기획사인 에이콤이 1993년 설립될 때 산파 구실을 했다. 또 국내 창작 뮤지컬인 '명성황후' 기획 당시에도 물심양면으로 힘을 모았다. 서울대 ROTC 모임의 영향력은 국내 정계 및 언론계, 재계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계에서는 박영주 이건그룹 회장과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ROTC모임 1기 출신이며 양재현 건원그룹 회장과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이 각각 7기와 8기 출신이다. 특히 김종섭 회장은 전 서울대 ROTC 동문회장과 15대 회장을 맡았다. 현재 16대 서울대 ROTC 동문회장은 강실근 원일카피아 대표이다. 이들은 매달 친목모임을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회봉사활동, 지식공유를 위한 포럼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문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중∙고등학생 대상 서울대 리더십 콘퍼런스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음대에 장학금을 수여하는 모교 관련 행사를 주도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