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영국 런던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챔스포드 지역. 고풍스런 매장 입구에 ‘홈플러스’(Homeplus.사진)라는 낯익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한국 테스코 사업장명인 그 홈플러스였다. 홈플러스라는 브랜드로 영국 전역에 내걸린 매장은 모두 7개. 2005년 10월 맨체스터 부근에 1호점을 오픈한 뒤 빠른 속도로 출점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유통업체인 영국 테스코가 한국식 매장의 우수성을 벤치마킹해 신설 점포의 주요 모델로 삼은 것이다. 유통매장의 역수출인 셈이다. 테스코 매장은 크게 엑스트라(3,000평 이상), 슈퍼스토어(1,500평), 메트로(300평), 익스프레스(30~50평)로 분류되는데 이젠 홈플러스가 당당히 하나의 매장 타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1,400평에 달하는 홈플러스 매장 내부는 영국의 다른 테스코 매장과는 사뭇 달랐다. 영국 테스코의 최대 강점인 신선식품은 극히 일부분이었고, 대부분의 상품은 의류, 주방, 침구, 공산품, 완구 등 비식품 위주였다. 상품 진열은 한국형 매장과 많이 닮았다. 화장품의 경우 일일이 브랜드별로 배치했고, 매대에 조명까지 설치했다. 침구류나 자기류도 드라이한 테스코 매장과 달리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코너별 색상이나 진열방식, 상품 매치 등이 마치 한국처럼 친숙하게 느껴졌다. 앤서니 존스 점장은 “비식품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홈플러스라는 새로운 타입의 점포를 열게 됐다”며 “고객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내부 분위기도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밝았다. 바닥은 목재타일을 써서 고급스러웠고, 크기와 모양이 다른 갖가지 조명은 매장 안을 환하게 밝혔다. 형광등에만 의존한 기존 매장과는 판이했다. 천정은 흰색으로 페인트를 칠하는 등 깔끔하게 마감처리했다. 건물도 무빙워크를 이용한 복층 구조였다. 테스코 매장은 대부분 창고식 대형 단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2층엔 주로 의류와 전자제품이 자리잡았고, 한국에서 도입한 듯한 커피전문점까지 입점하고 있었다.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왔다는 티모시 존 스트레인지(34.여)씨는 “홈플러스가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물건도 많아 맘에 든다”고 말했다. 한국형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은 홈플러스 매장 뿐 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오후 들른 런던 시내 외곽에 위치한 엑스트라급의 테스코 벡튼점. 7년전에 오픈한 이 점포는 2년전 복층으로 구조 변경했다. 매장 매니저인 데이비드 쿡씨는 “처음엔 손님들이 복층 구조에 낯설어했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런던 시내의 켄싱턴 슈퍼스토어는 내부 시설이 거의 백화점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일반적인 서구식 창고형 매장과는 천양지차. 매장 통로는 매우 넓었고, 형광등을 천정 내부로 숨겼으며, 곳곳에 PDP TV를 설치해 프로모션을 전개중이었다. 또한 고가의 와인을 구비한 대규모 와인 매장과 수백가지의 오일 및 양념 등 다양한 유기농 식품 매장, 생선, 고기 등 8개 코너에 새롭게 등장시킨 현장 주문 서비스 등 기존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요소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매장 매니저인 아드리안씨는 “매장의 고급화 전략은 최고 경영진의 정책 오더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도 게속 인테리어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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