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건설경기가 부진한 탓에 중견 건설업체의 ‘돈 쪼들림’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견 건설업체 가운데 현금흐름이 불량한 업체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러 민간 건설경기가 더 위축될 경우 줄도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중 건설업 현금흐름 분석’에 따르면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견 건설사(매출액 2,000억~5,000억원)는 업체당 123억원의 당기순이익에도 불구하고 영업 현금수입은 지난 2005년 99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6억원의 적자로 반전됐다. 자금 부족액도 지난해 평균 189억원에 이르렀다. 중견 건설사들은 차입금도 대폭 늘렸다. 차입금 증가액은 2005년 47억원에서 지난해 159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중견업체의 경우 현금흐름이 불량한 건설사의 비중이 전체의 49%에 달해 2005년 32.7%에서 크게 증가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나 소형 건설사는 현금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매출액 5,000억원 이상)의 영업활동 현금수입은 2005년 업체당 평균 408억원에서 지난해 637억원으로, 소형 건설사(매출액 2,000억원 미만)는 3억9,300만원에서 11억5,900만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차입액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은 199억원에서 9억원으로, 소형 건설사들은 16억원에서 4억원대로 줄었다. 현금흐름 불량업체 비중도 소형 건설사는 전체의 36.6%, 대형 건설사는 26.5%로 중견 건설업체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브랜드 지명도가 높고 소형 건설사는 대형 업체의 하청이나 조그만 상가에 집중하기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며 “반면 중견 건설업체는 독자 브랜드로 지방이나 외곽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최근 미분양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06 제조업 현금흐름’에 따르면 총자산 70억원 이상의 제조업체 5,494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제조업체가 영업활동으로 얻은 현금수입은 업체당 평균 117억7,000만원이었다. 이는 2005년(108억6,000만원)보다 8.4% 증가한 것이다. 투자는 더 큰 폭으로 늘었다. 투자활동에 의한 현금지출은 업체당 평균 117억2,000만원으로 2005년(98억7,000만원)보다 18.8% 증가했다. 하지만 제조업들은 설비투자보다 계열사 지분 취득 등 주식 투자에 더 몰두해 보수 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등 유형자산에 대한 순지출 규모는 업체당 평균 88억9,000만원으로 2005년보다 5억4,000만원(6.4%)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전년(7.2%)보다 다소 하락했다. 반면 장기투자증권 등 투자자산에 대한 지출은 22억원으로 2005년(18억5,000만원)보다 18.9%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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