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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제 전문가들의 침묵

경제부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복귀 일성으로 ‘경제위기론을 확대시키지 말라’는 주문을 한 뒤 경제연구소 취재가 어려워졌다. 그런 가운데 노 대통령의 ‘함묵 경고’ 이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경제전문가들을 빗대 경제계에 떠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를 소개한다. “한 종합병원의 신참 의사가 자신의 담당 환자에게 ‘초기 암’ 판정을 내렸다. 이 이야기를 들은 환자의 보호자는 그럴 리 없다고 펄쩍 뛰었다. 오진임에 분명하다고…. 그도 그럴 것이 환자의 상태가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다. 환자의 보호자는 설사 의사의 진단이 맞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충격이 될 수 있다며 절대 환자에게 알려서는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의사는 자신의 진단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보호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환자에게 괜한 충격을 주면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환자의 치료는 보호자의 몫으로 돌리고 의사는 ‘침묵’했다.” 평소 경제 전반의 해박한 지식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조언을 해주던 이른바 경제전문가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요즘 경제현안을 취재하다가 “이러이러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그 분야는 내 전공이 아니다” 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늘은 답변이 곤란하다”는 식으로 꼬리를 내리는 전문가들이 부쩍 많아졌다. 기고라도 받을라치면 각 연구소에 수십 통의 전화를 걸고 나서야 겨우 ‘내가 한번 해보마’는 답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경제는 심리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경제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지나친 위기의식 조장은 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뚜렷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의 변화 없이도 특정인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게 우리의 시장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이제껏 주장해오듯 작금의 우리 경제가 ‘안으로 곪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들의 침묵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한다고 해서 병이 나을 리 없다. 자신의 진단에 확신이 섰다면 의사는 보호자와 환자에게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무조건적인 의사의 침묵은 환자의 병을 더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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