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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도시 재생으로 활로 찾자] <6> 박원순 서울시장 특별인터뷰

전면 철거서 사람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 시민이 서울 바꿀 것<br>'다양성 공존' 추구는 세계적 현상… 여야 중앙 지방 구분 있을수 없어<br>개발부담금 등 활용 재원 확충하고 도시재생청 같은 기관 설립도 필요


"사람 중심,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도시재생은 전세계적 현상이죠. 제가 시장이 되기 전에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직접 확인한 겁니다. 시장이 될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돌아다닐 걸 그랬나 봐요.(웃음)"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에 해박했고 넓은 식견을 보여줬다. 어떤 질문에도 해외 사례를 들어가며 명쾌한 답변을 쏟아냈다. 만들어진 답변자료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도시재생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박 시장과의 인터뷰는 내내 유쾌하고 또 진지했다.

박 시장은 2011년 당선 후 기존 뉴타운·재개발 중심의 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뉴타운 출구전략'이다. 출구전략을 추진한 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박 시장은 신중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뉴타운이라는 큰 바람은 우리 도시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었다"며 "워낙 중대한 문제라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분쟁과 갈등을 해결했고 진척이 빠른 곳은 사업이 진행되는 등 교통정리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피력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만으로는 힘에 부쳤는데 중앙정부가 경제·사회·문화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도시재생을 시작한다니 너무 다행"이라며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 현상이 심각하지만 대도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가 지원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이 취임 이듬해인 2012년 1월 발표한 '뉴타운·정비사업 신(新)정책구상'은 우리나라 도시정책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 악화로 전면 철거형 재개발·재건축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낙후된 도심을 살리는 개발 방식으로 '마을 만들기'와 같은 대안적 정비방식을 본격 추진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뉴타운이라는 인위적이고 관(官) 주도의 개발로 수많은 공동체가 파괴되고 많은 주민들의 희생과 고통이 있었다"며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서 공동체적 행복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시민들과 합의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가는 도시여야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며 "좀 늦긴 했지만 새로운 흐름이 자리를 잡으면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도 갖고 있지 않은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시장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의식 변화라고 강조했다. 하향식 도시계획이 아닌 상향식 도시재생은 주민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북구 장수마을과 송파구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를 예로 들며 서울시민들의 역량을 믿는다고 했다.



"얼마 전 정비사업이 끝난 장수마을을 가보세요. 주민들이 스스로 카페나 작은 공방, 헌책방 같은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동력이 생깁니다. 시에서는 도로 넓혀주고 도시가스 넣어준 것밖에 한 일이 없어요. 파크리오 아파트에는 2만5,000여명이 거주하는데 웬만한 군(郡) 단위 인구입니다. 주민들이 광장에서 축제와 전시회를 열고 아이들을 위해 독서실도 만들었습디다. 지금 주민들이 어마어마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보다도 빨리요. 저는 이런 흐름이 5년만 이어지면 서울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영국 런던 코인스트리트는 주민들이 직접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지역 재생에 성공한 사례로 유명하다. 박 시장은 이곳을 두 차례나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도시재생에서 제3 섹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영국에는 각 도시마다 지역개발회사가 있는데 상업적 개발도 하지만 공적 기능이 강한 비영리단체"라며 "우리도 앞으로 장수마을의 '동네 목수'나 은평구의 '두꺼비 하우징'처럼 공공과 함께 지역 단위의 개발·재생을 추진할 공공적 디벨로퍼와 협동조합·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겨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에 주거정비사업과 도시경관 개선, 도시발전 기반 마련 등 도시계획 및 주택정비를 위해 1,93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과천시 연간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쏟아져 나올 정비(예정)구역을 재생하는 데 투입할 재원은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뉴타운 매몰비용 보전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 사업에 여야와 중앙·지방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특별법에 따라 지자체가 도시재생 특별회계를 설치·운용할 수 있고 재산세의 10%를 특별회계로 전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재산세나 개발부담금, 수도권 과밀부담금 등을 적극 활용하면 부족한 도시재생 재원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시 쇠퇴는 전국적 현상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지만 서울·부산 등 대도시 구도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 시장은 "도시 쇠퇴가 전국적 상황이지만 재생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은 대도시"라며 "2,000년의 오랜 역사와 천혜의 자연환경, 창조적인 시민이 있는 서울을 제대로 재생하면 역사와 문화, 과거와 미래, 서양과 동양이 공존하는 빛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미래 도시를 제대로 만들어가려면 각 지자체에도 미국 보스턴처럼 도시계획·재생사업 등을 총체적으로 고민할 도시재생청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나 지방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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