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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가 10년大計" 업체마다 눈독

우량 워크아웃기업 연내 매각<br>덩치 큰 기업 많아 결고따라 업계판도 변화<br>자산公 "경영의지 있는곳에 판다" 조건달아<br>제값받기는 물론 경제파장도 고려 매각키로


“단순하게 부실기업을 헐값에 인수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M&A에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 지난달 30일 서울 태평로 메릴린치증권 서울 사무소. 진로의 입찰서를 접수하는 곳이다. 오전까지 한산하던 접수창구가 입찰마감 시간인 오후3시가 가까워지면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놓지 않고 계속 통화하는 입찰참여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완연했다. 대학입학원서 접수창구에서나 볼 듯한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졌다. 주춤하던 부실기업 매각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부실기업들이 착실한 구조조정을 거쳐 이미 옛 명성을 되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ㆍ현금흐름 등은 오히려 기존 기업들보다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 인수에 나서는 기업들도 과거처럼 헐값에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쳐 되팔아 차익을 보겠다는 차원을 넘어 부실기업 인수를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삼고 있다. ◇하나만 인수해도 업계 판도변화=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업체들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동종업체가 같은 업종의 매물 하나만 건져도 순식간에 업계 1위로 부상하며 업계 판도 자체를 바꿔버릴 정도다. 현대건설ㆍ대우건설ㆍ쌍용건설 등이 매물로 나와 있는 건설업계에서는 어느 한 곳만 인수해도 ‘국내 톱3’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이들 기업 모두가 조직ㆍ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슬림화했으며 사업구조도 상대적으로 안정돼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에 걸림돌이 거의 없다는 점도 M&A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대한통운(매출 1조1,000억원대)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대한통운을 확보하기 위해 동아건설에 묶여 있는 보증채권 인수를 통한 간접 인수전이 곧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한통운에 대한 채권은 골드만삭스가 2,000억원 규모(액면가 기준ㆍCB 및 후순위 채권)를 보유하고 있어 진로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맞춰 본격적인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ㆍCJ그룹과 외국계 특송사인 UPS 등이 대한통운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아건설 파산채권 입찰에 참여해 40억원 차이로 아깝게 고배를 마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직도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돈만 가지고는 안된다=자산관리공사는 대우건설 인수조건에 ‘건설업체의 의지가 있는 기업만이 인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량화 작업을 충분히 거친 기업의 매각이라는 점에서 ‘제값 받기’는 물론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까지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것이 자산관리공사의 방침이다. 단순히 인수희망가격만 높인다고 인수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방침은 극동건설ㆍ남광토건 등 국내 중견 건설사들이 투기자본에 의해 인수됐다 다시 부실의 나락에 빠져버린 악순환을 겪지 않기 위해서다. 자산공사측은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도 국내 경제상황이나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부실기업 정리에 치중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단순 계산으로 기업 매각에 나서기보다 복합적인 주변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세흠 대우건설 사장도 “투기자본이 아니라 경영의지가 있고 건설업에 애착이 있는 곳에 매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한 바 있다. 우량화된 부실기업들의 매각작업이 본격화하며 인수주체들의 M&A 전략도 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국내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계 투기자본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부실기업 사냥에 나섰다면 현재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업경영을 할 수 있는 국내기업들과 국내외 자본이 함께 M&A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우선협상자 선정도 철저한 토종전력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제값 못 받으면 당분간 가지고 간다=부실기업들의 매각작업 본격화와 함께 아예 이들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 당분간 채권단 관리 독립경영체제도 검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증권과 LG카드. 금융권 M&A시장의 최대 매물인 LG카드의 경우 5조원까지 이르고 있는 가격은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인수하면 당장에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외국계에 넘기느니 아예 인수해 카드 영업의 시너지를 소매영업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 아래 물밑작업을 시도 중이다. 나종규 산업은행 이사는 “지난해 12월 2,000억원의 이익을 기록한 바 있고 카드 전성기 시절 조단위 순익을 낸 바 있는 저력 있는 기업”이라면서 “가격대에 대한 입장이 줄어들지 않는 한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통폐합 과정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우증권은 39.8%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공공연히 당분간 매각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解?IMF 당시 산업증권을 포기한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채권영업을 위해 증권사가 필요한 상황이고 업계 1~2위로 복귀한 대우증권은 자회사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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