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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애널 자존심

냉철한 분석 능력 사라지고 영업경쟁 내몰려<br>어닝쇼크 등 잇단 악재에도 제대로 된 예측·대응 못해


"하루에 전화가 여기저기서 50통 이상 쏟아집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정말 힘들어서 죽고 싶을 정도 입니다."

GS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한 중견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푸념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달까지 GS건설이 1ㆍ4분기 흑자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GS건설은 최근 5,300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발표했다.

자본시장에서 날카로운 기업분석으로 '프로 중의 프로'로 인정받던 애널리스트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들어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쇼크, 만도의 유상증자 참여, 셀트리온 회장의 지분매각 등 굵직한 대형 이벤트가 속출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예측과 대응에 나서지 못하면서 '분석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더구나 최근 한 대형 국내 증권사의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가 주가조작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사표를 내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도덕성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이 증권사는 사내에서 이 애널리스트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까지 내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능력이 떨어지고 주가조작 사태에 내몰리는 것은 과도한 '영업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각 증권사별로 리서치센터에 애널리스트가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사를 통해 주문을 받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투자설명회(NDR)를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가 성과가 되고 또 이들을 잘 접대해 증권사 영업단말로 거래를 하게 해야 인센티브가 나오는 구조"라며 "매니저한테 '을'이 돼 기업분석보다 영업을 잘하는 게 좋은 애널리스트로 평가 받은 지 오래"라고 털어놓았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업과의 관계가 '을'의 위치에서 휘둘리는 상황도 적지 않다. 기업의 눈치를 보다 보니 자연스레 냉정한 분석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각 증권사가 내놓은 7,358건의 리포트 가운데 '매수' 의견은 6,055건인 데 반해 '매도'는 단 1건, '비중축소'는 3건뿐이다. 지난해 2만4,581건의 리포트에도 매도 의견은 1건뿐이었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개별기업이 사업 현황을 잘 설명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암묵적인 '갑을 관계'가 형성됐다"며 "냉정하게 분석해 '비중축소'나 '매도' 의견을 내면 다음부터 아예 그 애널리스트만 탐방을 받아주지 않아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은 다른 증권사에 '영업'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한 중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들이 회사와 운용사ㆍ개별기업에 휘둘리며 '예스맨'이 된 것이 과연 전체 자본시장에 이득이 될까 생각해봐야 한다"며 "날카로운 분석으로 승부해야 할 애널리스트들이 '영업맨'으로 전락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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